세상살이를 하다보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누구나 반드시 있다.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 되는 계약서 상식을 알고 갑시다.

1. 어떤 계약서든 앞면 뒷면 다 잘 읽고 도장을 찍거나 서명해야 한다. 도장을 찍거나 서명하는 것은 "다 잘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라는 뜻이다. 몰랐다 라는 건 없다.

또한 어떤 경우라도 계약서 읽어 보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실례가 아니다. 계약서 읽겠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1. 사기꾼이거나 
2. 계약서 쓸 만큼 큰 일을 같이 진행하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 둘 중의 하나다. 
 
2. 인감도장은 나의 분신이며 "이게 나고 내가 이거임" 이라는 계약을 한 도장이다. 인감도장이 찍히면 계약내용 자체가 불법이 아닌 이상 (장기매매 라던가 최저임금 이하 근로계약이라 던가) 어떤 내용이든 전부 "내가 그렇게 동의한 것"으로 인정된다. 

아무데나 찍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므로 인감 도장은 부모형제 자식이라도 맡겨서는 안된다. (다행히도 등록 자체는 본인이 직접 가야만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들에게 인감을 주고 부동산 매매를 맡겼더니 아들이 전부 자신의 명의로 변경하였고, 자신의 인감이 찍혀있어 소송으로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3. '대출'은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면 해주지 않는다.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면, 그건 당신을 어떻게 해버려서라도 그 돈을 쥐어짜내고 말겠다는 뜻이다.

또한 다음에 설명하겠지만 모든 돈에는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에 당신에게 무이자로 잠시 빌려주고 돌려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쪽에서는 돈이 묶인 동안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러니 당연히 무이자로 빌려 줄리가 없다. 
 
4. 돈은 그 자체의 가치보다 '기회비용'이 중요 하다. 돈 자체는 사실 그냥 종이조각일 뿐이다. 그것으로 무엇을 교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천박한 자본주의 근성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시간마저도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돈을 쓸 때는 돈의 액수가 큰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것으로 내가 교환하려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 아닌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5. 돈에는 '쓸 수 있는 돈'과 '묶인 돈'이 있다. 집, 땅 등의 '부동산'은 묶인 돈이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아닐 뿐더러, 빠르게 현금화 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적금이나 보험도 마찬가지다.

반면 현금, 자유예금 등은 당장 언제라도 쓸 수 있다. 이런 돈은 비록 잘 불어나지 않거나 아예 불어나지 않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돈을 묶어놓아서 얻는 자산의 성장과 당장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의 획득 두 가지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집 값 떨어진다고 온갖 이기적인 주장들을 펴는 사람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은 돈을 전부 집에 묶어버림으로서 당장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거의 포기했으며, 그 때문에 묶인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리석은 짓이다. 
 
6. 타인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집에서 같이 자란 형제나 날 키워준 부모도 이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니 서로 다른 부모와 환경하에서 수 십년을 다르게 자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다.

어떤 사람은 그냥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좋아지지 않는 것까지 좋아하라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것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7. 이 나라는 분명 부패하고 잘못 돌아가고 있지만, 의외로 공공기관에서는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다. 다만 공무원들도 자기들이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뿐이다. 심지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8. 합의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 하는 것이다. 합의를 해준다는 것은 "합의를 한 시점 이후에는 그 일과 연관하여 어떤 일이 발생하든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교통사고나 폭행문제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데, 치료를 다 받고 완전히 나은 후에 합의를 하는 것이다.

"합의를 해야 치료비를 드릴 수 있다" 라는 말로 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치료를 다 받고 합의를 해주면 그 동안의 치료비를 합산하여 치료비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상대쪽에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덜컥 합의 해줘 버리면 합의 이후에 발생한 치료비는 합의금보다 턱없이 많이 나오더라도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9. 어떤 나쁜 사람도 저 마다의 사연은 있다. 만화책이나 동화책에나 나오는 악당 같은 사람은 정말로 보기 드물다. 대부분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래서 크든 작든 악행이나 민폐짓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연이 아니라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결정과 행동을 했느냐 하는 것이다. 
 
10. 카드는 공짜로 쓰는 게 아니다. 카드값은 전부 결국 당신이 어떻게든 지불하게 되어있다. 카드론 소액대출도 마찬가지다. 또한 당신이 카드를 긁으면서 얻는 편리함은, 판매자가 당신의 카드 사용수수료를 지불해주면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매출 누락의 의도로 사용하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수수료 지불이 부담스러워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이다. 현금 영수증은 정말 좋은 제도이다. 

11.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상식을 가지고 살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남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가끔은 아무리 당연한 것이라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하며, 예기치 못한 문제는 반드시 "당연히 ~할 줄 알았지" 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일어난다. 
 
신중한 것은 '조심'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장마는 모두 물러갔으니 계약서에 서명하는 마음으로 7월의 마지막주 월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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