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상 두곳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유가네 약재상엔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손님들이 드나드는 데, 맞은편 최가네 약재상엔 파리만 날린다.

최가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려고 시동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주막으로 갔다. 탁배기 한사발을 마시고는 구들장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주모가 흘끔 보더니 “무슨 걱정이 있소?” 물었다.
최가는 대답도 않고 우거지상으로 벌컥벌컥 석잔이나 마시더니 “우라질 놈들이 왜 유가네 가게에만 가는 거여?” 

최가를 화나게 하는 건 유가네가 가격을 후하게 쳐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약재상이란? 
약초꾼들로부터 온갖 약재를 사서 이문을 남기고 한의원에게 파는 장사다. 최가는 수시로 유가가 약재를 사고파는 값을 알아내어 언제나 유가네보다 후한 가격을 쳐주는 데도 약초꾼이나 한의원 놈들은 모두 유가네로만 몰렸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주모가 혼잣말로 던지는 소리에 최가는 탁배기 잔을 들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뭣이여?” 주모가 들은 체도 않자 “내가 친절하지 않아서?” 주모가 또 대답이 없자 “유가 놈이 그들에게 술대접을 더 잘해주나?” 최가의 다그침에 주모가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서며 한마디 던졌다.

“말싸움에도 기술이 있는 법이여!”
“말싸움 기술? 그게 뭐여?”

사실 약재상이란 싸움이 끊일날이 없게 마련이다.
약초꾼들과는 약초가 덜 말랐네, 속이 썩었네, 웃자란 거네 하며 멱살잡이를 하고, 한의원과는 좋은 약초를 볼 줄 모르네, 값을 심하게 후려치네 하며 삿대질까지 하는게 다반사다. 유가도 싸우고 최가도 싸운다. 주모는 두약재상의 싸움 행태를 들어 설명했다.

“네놈 집에 다시 오나봐라!” 
약초꾼이 고함치면 유가는 “개똥이나 밟고 넘어져 코나 깨져라” 라며 싸우는데, 보름도 못가 그들은 함께 웃으며 주막을 찾아온다.

주모가 “싸운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낄낄대냐?”며 핀잔을 주면 약초꾼은 유가에게 술을 따르며 “내가 미쳤지! 네 가게에 또 오게” 하고 웃고, 유가는 “개똥은 안 밟았구나. 코가 성한걸 보니!” 하며 술잔을 부딪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가는 약초꾼과 싸울 때는 “네놈이 그렇게 악질이니 네놈 손자가 곱사등이 됐지” 하고, 한의원과 싸울 때는 “네놈이 무슨 병 고치는 의원이여? 여편네 황천 보내놓고!” 하며 상대방의 신경을 긁었다.

유가는 싸워도 화해가 되지만, 
최가와는 싸우고 나면 평생 원수가 됐다.

주모의 대갈일성.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상대방의 가장 아픈 곳은 찌르지 않는 법이여!”  "..........."

최가는 하늘을 쳐다보고 한숨을 토했다. 싸워도 돌아오는 길을 생각해 두고 싸우는 싸움의 기술~

오늘은 주모에게 한수 배웠네요.

 "적절한 때에 한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 같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예쁜 말 하고 사는 수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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