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아나운서·작은 섬나라 선수 등 곳곳서 화제의 인물

지난 12일 개막한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9일 대회 8일째를 맞았다. 특히 한국선수단은 김수지 선수가 다이빙 종목에서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회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이번 대회는 선수와 경기 결과 외에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제의 인물들이 있어 소개한다.

장내 아나운서 주인공 ‘존 메이슨’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 광주, 모든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 첫 경기인 다이빙 경기가 열리는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수영장의 청량함처럼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관람객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은 사람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존 메이슨 씨다.

장내 아나운서는 스포츠 경기가 열리기 전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선수 소개, 경기 관련 정보를 관람객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경기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존 메이슨’ 씨.(사진=조직위 제공)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존 메이슨’ 씨.(사진=조직위 제공)

존 메이슨 씨는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수영연맹(FINA) 주관 경기의 장내 아나운서를 수년째 맡고 있어 전 세계 도시를 많이 방문했지만 광주는 특히 인상적인 곳”이라고 광주를 찾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광주가 맛의 도시라고 들었는데 비빔밥과 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특히 고추장의 매운맛이 아주 매력적이다”며 “광주가 가진 멋진 이야기와 음식, 광주시민들의 사람을 환대하는 방식 그리고 ‘광주사람’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자라 현재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모델 활동을 하다 방송에 매력을 느껴 진행자로 전향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그가 영상제작을 위해 하는 활동 중 하나며 주된 업무는 방송 송출용 경기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는 “대회 기간 동안 맛의 고장 광주의 다양한 맛집 투어도 하고, 영국에서도 유명한 치맥도 맛볼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BTS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인구 5만명 작은 섬나라의 유일한 수영선수 ‘제니퍼 하딩 말린’

“올림픽 출전자격을 꼭 얻어 작지만 사랑스러운 조국에 수영을 알리고 싶어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인구수 5만 6300여 명의 작은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이 나라에 등록된 유일한 수영 선수가 코치인 어머니와 함께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경영종목에 출전하는 제니퍼 하딩-말린(27세·여) 선수다.

제니퍼 선수의 본업은 변호사다. 원래 국적도 캐나다로 수영은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만 해왔지만 수영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았다.

수영에 대한 열정은 수영 불모지인 세인트키츠네비스에 수영 저변을 확대한다는 장대한 목표가 됐고, 5년 전에 시민권을 얻어 현재는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세인트키츠네비스라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제니퍼 하딩-말린(오른쪽)과 그의 코치로 참가한 어머니 린 하딩.(사진=조직위 제공)
세인트키츠네비스라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제니퍼 하딩-말린(오른쪽)과 그의 코치로 참가한 어머니 린 하딩.(사진=조직위 제공)

그녀는 “세인트키츠네비스에는 국제 규격에 맞는 수영장이 하나도 없어 평소엔 바다에서 수영하며 훈련을 해왔다”며 “수영 선수도 나라에서 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니퍼 선수는 “이번 광주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 조국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수영선수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다”며 “광주에서 느끼는 것이 모두 좋아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같이 입국한 코치가 어머니 린 하딩(57세)인 것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린 코치는 체조선수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수영도 함께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딸의 개인 코치가 됐고, 이번 광주수영대회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린 코치는 “캐나다에서 수학선생님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가르친 한국 학생 2명이 서울에 있다”며 “그래서 한국엔 처음 왔지만 친숙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도 광주시민들이 환영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제니퍼 선수(가운데 왼쪽)와 린 코치가 광주시와 시민서포터즈의 지원으로 죽녹원에서 남도의 자연과 문화를 즐기고 있다.(사진=조직위 제공)
제니퍼 선수(가운데 왼쪽)와 린 코치가 광주시와 시민서포터즈의 지원으로 죽녹원에서 남도의 자연과 문화를 즐기고 있다.(사진=조직위 제공)

제니퍼 선수와 린 코치는 16일 광주시와 시민서포터즈의 지원으로 죽녹원과 아시아문화전당, 전통문화관 등 남도의 자연과 문화를 제대로 즐겼다.

제니퍼 선수는 “처음 광주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시민들의 환영과 꽃다발에 큰 감동을 느꼈다”며 “대회 준비와 선수단에 대한 환대, 그리고 시민들의 친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대회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25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꼭 꿈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원봉사 정가인 “내 고향 광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좋아요”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유학 중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인 광주로 돌아온 정가인(22)씨. 정씨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통·번역을 맡은 자원봉사자다.

가인 씨는 “유학 중인 영국으로 돌아가서 내 고향 광주에서 세계대회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방학이어서 광주의 부모님 집에서 머물고 있던 그는 “방학인데 별다른 일이 없으면 경험을 쌓아봐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중학교 때부터 10년간 해외에서 살고 있다. 필리핀 3년, 말레이시아 3년, 영국 4년의 해외 경험이 있는 정씨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정씨는 광주에 대한 이해가 깊어 대회 정보를 비롯해 한국과 광주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도 한인 학생들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기관이나 기업이 영국에서 진행하는 설명회나 공청회에서 통·번역 요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많다.

특히 경기마다 메달리스트의 인터뷰를 영어로 번역해 각국에 전달하는 ‘선수들의 입’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가 번역한 선수들의 인터뷰는 각국의 언론사에 보내져 전 세계인들이 자국 선수의 활약을 알 수 있다.

정씨는 무엇보다 고향인 광주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데 자부심이 크다.

해외에서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잘 알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의 도시는 서울이나 부산만 아는 게 현실이다.

정씨는 “방학마다 광주에 오는데, 마침 수영대회가 열려 고향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며 “이제 영국에 가서도 광주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광주에서 왔다고 하면 잘 모를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광주가 많이 알려져 세계 속의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경찰 넘버원” 광주 경찰 잇단 활약

‘2019 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광주 경찰도 일조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영대회 개최 현장에서 광주 경찰의 활약이 잇따라 선수단과 외국인 방문객들의 칭찬이 연일 보고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께 광주 광산구 수영대회 선수촌 인근에서 러시아 선수단 임원진 3명이 헤매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경찰 교통전담부대원이 다가가 사정을 묻자 “Flower house(꽃집)”라는 말만 서툰 영어로 반복했다.

이에 출전선수에게 줄 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챈 교통경찰은 순찰차에 이들을 태워 주말 문을 연 꽃집을 찾아 꽃다발을 살 수 있게 돕고, 선수촌까지 데려다 줬다.

러시아 선수단 임원진은 “한국 경찰의 친절함에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13일에는 경기관람을 위해 광주를 찾은 브라질에서 온 관광객들이 경찰 도움을 받았다.

주 경기장인 남부대에서 택시를 잡아타려던 브라질 관광객 4명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택시를 잡아타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관광을 위해 전주로 가야 하는데, 버스 출발 시각이 임박했음에도 택시를 못 타고 있다는 사정을 들은 경찰은 스마트폰 앱으로 콜택시를 불러 터미널로 안전하게 이동하게 도왔다.

이들도 택시에 올라타며 “Awesome Korea Police”를 외쳤고, 이를 목격한 주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박수를 쳤다.

지난 13일 오전 2시 30분께에는 광주 남구에서 실종 신고된 러시아 문화사절단 단원도 경찰이 찾았다.

단원 1명이 숙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수색해 모 대학교 내 정자에 만취해 자고 있던 러시아 문화사절단 단원을 찾아내 신고자에게 칭찬을 받았다.

선수단과 관광객의 분실물을 찾아주는 사례도 잇따랐다.

12일에는 개막식장으로 이동하며 택시에 가방을 놓고 내린 미국인 관광객의 신고로 짐을 신속히 찾아줘 “대한민국 경찰 넘버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11일에도 택시에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미국 수영 코치의 휴대전화를 찾아 줬고, 8일에는 인천공항에 훈련 용품 가방을 놓고 온 브라질 다이빙 선수가 도움을 받았다.

한편 광주 경찰은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광주 남부대 수구 경기장에서 뉴질랜드 여자 수구 선수들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일본인 관광객을 붙잡기도 했다.

열띤 응원으로 세계수영대회 숨은 주역 ‘시민서포터즈’

“헝가리팀 이겨라” “캐나다팀 넘버 원”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수구경기장이 큰 함성으로 뒤덮였다. 헝가리와 캐나다 수구경기를 응원하러 나온 시민서포터즈의 응원의 함성이다.

시민서포터즈는 이번 대회에서 응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고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대회의 박진감과 흥미를 전파하고 있다.(사진=조직위 제공) 
시민서포터즈는 이번 대회에서 응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고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대회의 박진감과 흥미를 전파하고 있다.(사진=조직위 제공) 

사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시민서포터즈는 대회의 ‘숨은 주역’이다.

16일 양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나온 시민서포터즈는 줄잡아 700여 명. 이들은 응원 국가의 국기와 스포츠타월, 응원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 부채 등 다양한 도구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쳤다.

헝가리 팀을 응원하던 서포터즈 정현철(52세·광주 서창동)씨는 “사실 수구가 낯선 경기지만 경기장에 나와 직접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박진감이 넘치고 일진일퇴의 공방이 흥미진진하다”면서 “수영을 10년 넘게 해왔던 수영동호인으로서 광주에서 이런 세계대회가 열린다는 게 자랑스럽고, 선수들이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팀을 응원한 최호준(금호중앙중3)군은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을 돕는다고 생각해 서포터즈에 참여했는데 막상 경기를 보니 흥미진진하고 경기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광주에서 세계적인 대회가 열려 광주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민서포터즈는 경기장 응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고,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대회의 박진감과 흥미를 전파함으로써 경기력 향상과 대회열기 고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또한 광주를 처음 찾은 이방인들에게 광주의 따뜻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도시 이미지 고양에도 기여가 크다.

이들은 대회 첫날인 12일 다이빙과 아티스틱 수영 등 4종목에 총 1900여 명, 13일에는 5종목 1900여 명, 14일에는 9종목 2600여 명이 각 종목별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아울러 대회 시작 전인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는 2000여 명의 시민서포터즈가 무안공항, 광주공항, 송정역 등 외국 선수들이 들어오는 광주의 관문 곳곳에서 14회에 걸쳐 환영행사를 펼쳐 광주의 따뜻한 정을 전했다.

시민서포터즈는 총 204개팀 1만 160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선수단 환영·환송, 경기응원, 관광안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참가국 선수들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광주의 이미지를 전하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17일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참가국의 문화와 예절을 비롯해 경기종목, 안전교육, 응급처치교육 등을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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