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케이티엑스로 대구로 오는 길에 쇼를 했다. 포노 사피엔스란 신간서적을 읽느라 책에 빠져 동대구역을 지나쳐 버렸다. 분위기가 이상하여 책을 덮어두고 주위 분들에게 물었더니 동대구역이 지나갔다 했다. 정말 아찔했다.

역에서 마중 나와 기다리는 분도 있는데 어쩌나 하고 당황했다. 실은 비행기 놓치고 기차역 지나치는 것이 나의 주특기이다. 여행을 나설 때는 꼭 읽기를 미뤄두었던 책을 들고 나서는데 공항이나 기차에서 읽다가 비행기를 놓치거나 기차에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것이다.

어쩌는 수 없이 다음 정거장인 신경주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통사정하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물었다. 역무원은 아주 친절하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20분 후에 대구로 가는 기차가 있으니 그 차로 가시면 됩니다." 며 친절히 일러 주었다. 이에 내가 묻기를 그러면 범칙금을 어느 정도 물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고의가 아닌 오승이니 그냥 대구로 가셔서 내리시면 됩니다. 다른 역무원이 표 조사를 하거든 이 종이를 보여 주십시오." 하면서 <오승 정OO> 라고 자기 이름을 적어 주었다.

정씨 역무원의 친절과 자상함에 감동 받은 나는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20분 후에 부산에서 올라오는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리니 기다리던 친구가 반가이 맞아 주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하루를 돌아보니 멍청한 짓 하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 친절한 역무원 덕분이다.

동대구역에서 책 읽기에 빠져 역에서 내리기를 놓쳤을 때는 어떻게 하나 다음 역에 내려 대구까지 버스로 가야 하나 택시로 가야 하나 염려가 많았는데 친절한 역무원을 만나 어렵지 아니하게 늦지 아니하게 숙소까지 오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여겨져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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