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오재현 기자]  포항시가 추진 중인 각종 공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민원이 봇물을 이룬다. 친환경 녹색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2019 포항 Green way 프로젝트’는 물론 오천읍 지역에 설립해 가동 중인 SRF 발전소도 갈등의 핵이다. 

포항시청  (사진제공=언론인연대)
포항시청 (사진제공=언론인연대)

이뿐 아니다. 2017년 포항지진은 결국 지열발전으로 인한 인재로 판명되었다. 포항시가 허가하거나 관련된 각종 공사들이 줄줄이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포항시는 ‘공사 민원 제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포항시’ 알수록 수상한 ‘도시경관 숲 조성’ 공사

2019 포항 Green way 프로젝트중 하나인 총 길이 38.5km에 달하는 영일만대로 주변 도시경관숲 조성사업과 관련 문제가 제기된다. 포항시 예산 2억 1,266만원 상당이 투입된 가운데 일부 구간의 혜택은 종교시설인 천주교대구교구 소속 ‘지곡성당’이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찾은 포항시 남구 연일읍 학전리 소재 지곡성당은 야트막한 산을 잘라내고 지어 엄숙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앞마당은 시속 80km로 쉴 새 없이 달리는 영일만대로와 바로 맞닿아 있었다.

민원이 제기된 지곡성당의 앞마당과 붙은 약 90m의 영일만 대로변은 완충 국유지 위에 포항시가 두 차례나 공사를 발주하여 조성하였다. 

하지만 거액이 투입된 사업비와는 달리 현재 모습은 사업목적 달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급하게 식재된 어린 나무들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스프링클러의 물로 겨우 목을 축이던 잔디밭 사이로는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1m 높이도 채 되지 않는 철책은 그 마저도 중간이 끊겨 있어 야생 동물은 언제든 로드 킬로 내몰릴 수 있었다.  

지곡성당과 진입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민원인은 A씨(65)다. 그는 지곡성당이 세워지기 전에는 지곡성당의 앞마당과 붙은 약 90m의 영일만대로변 옆에 있던 폭 3미터 가량의 농로를 이용해왔다.

농로에 이어진 포항시 남구 학전리 85-2 부분에 있는 영일만대로 지하통로를 이용해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역주민들도 이 길을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곡성당이 신축되는 과정에서 이 농로가 사라져 버렸다. 실제 2015년 7월 24일 지곡성당 앞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굴착기가 연달아 토사를 매립하면서 농로가 막혀있다. 지역주민들이 영일만대로 건너편으로 다니던 길 자체가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것. 

문제는 해당 농로가 있던 곳이 국유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당시 포항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담당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무책임한 말만 들어야 했다. 

A씨의 민원이 이어지자 포항시는 국토부에 해당 지역의 국유지를 점유하여 지곡성당에서 사용할 수 있게 신청을 넣었다. 여기에 더해 그 목적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도시 경관 숲 조성공사’ 발주도 긴급하게 공지하였다. 이 기반 공사비용만 1억 9310만원이었다. 

도시 경관 숲 조성 기반공사로 2억 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지만 사업목적에는 부합되지 않아 보인다. 가로수는 거의 없고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씨가 제공한 2016년 8월 22일에 촬영된 사진을 살펴보면 새로이 성토한 국유지에는 방문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한 부분이 눈에 띈다. 

A 씨는 “이 사진을 첨부하여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자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면서 “해당 토지는 이미 성토되어 농로가 폐쇄되어 있었기에 ‘영일만대로 도시경관 숲’ 조성 사업과는 무관하고, 주차장은 조성사업 이전부터 지곡 성당에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는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포항시는 이를 바로 잡기는 커녕 지곡성당을 위해 또 다시 1억 원이 넘는 공사를 다시 발주했다”면서 “음수대와 석재를 놓고 가로수를 심어 현재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 줬다. 0.2%의 누군가를 위해서 시민의 혈세가 또다시 낭비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게다가 무분별한 포항시의 둘레길 선정으로 본인 소유 임야에 둘레길과 계단, 표지판등이 만들어져 고통 받고 있다. (관련기사 '포항시-POSCO', 개인 사유지 멋대로 '둘레길' 사용 논란‘)

보도 이후에도 포항시는 담당자가 2주일 휴가를 떠났다며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포항시의 무책임한 태도에 피해를 입는 것은 김씨와 같은 선량한 주민들뿐이다.

◆포항시의 짬짜미 행정, 5만여 주민의 목숨 위협

포항시 민원 중 또 하나는 5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오천읍 지역에 설립 가동하고 있는 ‘SRF 발전소’와 관련해서다.

SRF 발전이라는 것은 폐플라스틱이나 가연성 생활 폐기물을 건조, 파쇄 후 소각하여 전기를 발생 시키는 방법이다. 한때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기 용이하여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현재 SRF 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라는 이름과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불명예 사이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부도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 SRF발전을 제외시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런 현실임에도 포항시는 발전소 설립을 위해 지방채를 50억 원이나 발행하여 지원하였다. 포항시의 2019년 한해 예산이 1조 6699억 원에 비교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지원금보다 더 큰 문제는 턱없이 낮은 SRF 발전소 굴뚝 높이로 인해 바람의 방향에 따라 52만 포항시민 전체가 오염물질에 노출되어 향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존 SRF 발전소들은 굴뚝 높이를 70m에서 150m 이상으로 설계 시공한다. 하지만 포항 호동 SRF 발전소의 굴뚝높이는 겨우 34m이다. 근처 군부대의 비행고도 제한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항시는 왜 이곳에 SRF 발전소를 허가해 준 것일까? 군부대로 인한 고도제한은 사업 초기인 2008년은 물론이고 시설이 들어선 2019년 현재까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주민들의 걱정은 고려하지 않고 부지를 선정하였다는 방증이다. 

또 이 때문에 포항시는 시 승격 70주년을 맞았음에도 권위주의를 앞세운 미숙한 행정을 펼치면서 민원제조기라는 오명을 얻는데 크게 한몫 한다.

◆지열발전소로 촉발된 지진, 포항시는 전혀 책임이 없나.

정부합동 조사로 인해 밝혀진 2017년 포항지진은 결국 지열발전으로 인한 인재로 판명되었다. 이에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포항시 관계자들은 지진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이 시장의 삭발식을 비롯한 강경한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포항시는 진정 피해자이기만 할까? 국책사업이라 지자체에서는 지열발전소를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열발전은 총 798억 원이 투입된 거대한 사업이다. 2016년 1차 설비를 완성하고 예비시행단계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였다. 포항시에서 전혀 몰랐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이다. 인구 52만의 시민이 거주하는 경북 최대 공업도시의 근간을 흔들만한 사업을 포항시에서 전혀 몰랐다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문제가 있다. 

전 정권의 잘못인지, 현 정권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전에 ‘2014년부터 부임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시민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지진 피해는 애꿎은 포항시민들만이 고스란히 입었을 뿐이다. 지진발생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시민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포항시는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2018년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에서 기존 3등급에서 5등급으로 추락하면서 꼴찌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포항시가 부패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고,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이 다른 지자체나 정부 부처에 비해 부족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곡성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A씨는 “현재와 같이 포항시가 親기업 위주의 정책이나, 종교단체를 위한 선심성 공사발주가 지속되는 한 2019년도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는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면서 “시민 한명 한명이 모여 지역 기반 기업이 굴러가고, 종교단체가 되는 것을 포항시는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