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목격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정… 배상책임 인정

‘Reign Over Me, 2007’은 미국 9·11 테러 희생자 가족의 아물지 않는 정신적 상처를 그린 영화다. 이처럼 참혹한 전쟁, 천재지변, 비행기사고 등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사건을 경험하면 정신적 후유증이 나타난다.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다. 사건 때와 같은 강도의 충격을 다시 경험하는가 하면 기억, 꿈, 환각으로 사건이 재연될 수도 있다.

교통사고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법원도 교통사고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가족들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어린이가 이로 인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일 때 이에 대해서도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사고를 직접 당한 피해자 외에 목격자에게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 가해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취지의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8년 9월 11일 선고 대법원 2007다78777판결).

사고목격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원인

사실관계는 이렇다. 박진주(당시 8살 여아)와 박선주(당시 9살 여아)는 자매다. 박진주는 2000년 5월 15일 주택가 뒤 도로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함께 있던 박선주는 바로 옆 동생의 사고를 봤다. 박진주는 몸에 3군데의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박선주는 이후 함구증, 수면장애, 대인관계 철수 등 정신질환증세를 보이며 정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보험사는 위 자매들과 그들의 가족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피해액을 모두 줬다며 더 이상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에서였다. 소송의 쟁점은 사고를 당한 자매들의 정신과 장애가 과연 교통사고에 따른 것인지 여부였다. 하급심판결은 엇갈렸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박진주(당시 8살 여아)와 박선주(당시 9살 여아)는 자매다. 박진주는 2000년 5월 15일 주택가 뒤 도로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함께 있던 박선주는 바로 옆 동생의 사고를 봤다. 박진주는 몸에 3군데의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박선주는 이후 함구증, 수면장애, 대인관계 철수 등 정신질환증세를 보이며 정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보험사는 위 자매들과 그들의 가족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피해액을 모두 줬다며 더 이상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에서였다. 소송의 쟁점은 사고를 당한 자매들의 정신과 장애가 과연 교통사고에 따른 것인지 여부였다. 하급심판결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피해자들 손을 들어줬다. 박진주는 물론 박선주의 정신적 장애도 모두 교통사고로 말미암은 것이란 이유다. 그러나 이와 달리 2심 법원은 피해자인 박진주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목격자인 박선주에 대한 책임은 부정했다. ‘교통사고가 대형사고가 아니고 직접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를 목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그 이유다.

대법원은 2심 법원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원심인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그 때 사고 상황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만 9세에 불과한 아동이 사고목격으로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법칙에 비춰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직접 외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봄으로써 받은 고통과 정신적 충격이 ‘외상적 사고’로 작용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발병원인이 될 수 있음은 의학적으로 인정”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직접 외상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예상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라고 단정한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시 장해로 인정

지금까지 교통사고 목격자는 수사에서 참고인이나 소송에서 ‘증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교통사고 목격자의 손해를 인정한 위 대법원 판결로 손해배상소송 당사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목격한 사고는 ‘교통사고’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구지하철화재사건처럼 대형 참사도 해당될 것이다. 또 피해자와의 관계도 ‘가족’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목격자의 정신장애가 사고목격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이란 점은 증거로 입증돼야 할 것이다.

다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통상 영구장해가 아니라 한시장해로 인정된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3년이 많고 심할 땐 7년까지도 인정되나 대체로 5년을 넘는 경우는 희박하다. 장해비율은 보통 15% 남짓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해 장해를 인정받으려면 정신과 감정을 받아야 한다. 통상 2~3주 입원해야 하고 감정비도 적잖다. 소득이 높은 때나 경제적 실익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교통사고의 직접 피해자는 물론 그 광경을 본 목격자에게도 손해배상을 명한 대법원 판결은 보험소비자 보호에 있어 한 획을 그은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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