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647회]

상당수가 은퇴를 하면 폭삭 늙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외모, 체력, 건강, 그리고 생활 태도에서 그렇지요.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늙어 보이고, 체력과 건강이 나빠지며 심지어는 중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은퇴하면 폭삭 늙는 이유는?"

그렇게 활기찼던 사람이 갑자기 의욕을 다 잃은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일, 사회활동 등 기본 생활에서의 성과가 은퇴 전보다 현격히 떨어 집니다. 심지어는 우울증에 빠져 지내기도 하지요. 

이런 변화가 은퇴 후 갑자기 찾아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언뜻 생각해 보면 은퇴, 즉 늘 하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이유같이 보입니다. 그래서 은퇴는 많은 재앙을 몰고 오는 신호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은퇴하지 않고 일을 계속하려는 노력도 그래서 지속됩니다. 은퇴의 영어 표현인 retire를 re-tire로 만들어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로 해석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또는 은퇴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은퇴라는 사건 하나가 사람을 갑자기 늙고 병들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은퇴를 하면 폭삭 늙는 실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몸과 마음의 소모가 은퇴 이전에 이미 지나치게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일 수행에 의해 몸과 마음의 소모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이미 믿는 것만 보고 들으려는 심리현상을 트루시니스(truthiness)라고 합니다. 

은퇴 전, 일에 몰두 할 때 벌어지는 현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퇴 훨씬 전부터 내몸에서는 여러 가지 소모의 신호를 내 뇌에 계속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력을 강조하는 사회와 직장의 분위기 때문에 생각이 이를 접수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또한 어느 정도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기준과 직장의 요구 때문에 남에게도 모르게 하고 자신조차도 본의 아니게 속였던 것입니다. 
 
은퇴를 하면 일에 쏟았던 정신력이 풀어지면서 그 동안 쌓아두었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남모르게 할 필요도 없어지지요. 

이미 진행되고 있던 병을 그 동안 미뤘다가 진단받는 것도 이 시기 입니다. 결국 은퇴는 사람을 늙게 하거나 병들게 하지 않습니다. 단지, 내가 내몸을 은퇴 전 이미 그렇게 만든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뿐입니다. 

"은퇴를 하든 안 하든, 내몸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 있습니다." 
 
은퇴는 원인이 아니고 계기이기 때문에, 은퇴 전 미리 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내몸을 제대로 알았으면 제대로 대처하고 다시 만들어 가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말 그대로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제대로 휴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점검하고 추스르는 것입니다. 3개월 정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점검해 보고, 새 삶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으면 될 것입니다. 3개월이면 대부분에게는 후반기의 생을 즐길 몸을 만드는 충분한 시간이 됩니다. 그 이상을 쉬면 시간이 지날수록 쉬는 재미를 잃게 되지요. 
 
일도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하던일의 연장 상에서 해도되고,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됩니다. 우리 대부분에게는 은퇴 전 일을 했던 시간만큼,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퇴 후라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요즈음 낮기온이 한 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고 오늘도 활력이 되는 일을 찾아 매사가 즐거운  삶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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