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2012년 합격)

본인의 요청에 따라 실명을 공개하지 않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 시작하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방직 일반행정 9급 공채를 2012년도에 합격한 합격생입니다. 지금은 벌써 7급이 됐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기에 합격하고 나면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합격수기를 작성하리라는 꿈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럴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정책브리핑 사이트에 공무원 합격수기 공모 글을 보게 되어 제 합격수기가 누군가에게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난생 처음 합격수기를 쓰게 됐습니다.

♣ 수험생활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 머리도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 잘못된 공부방법을 고수하다가 더욱 장수생이 되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일단 공부를 오래 하다 보면 본인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이것을 바꿀 수 없이 잘못된 공부방법을 고수하게 됩니다. 본인의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잘못된 공부방법으로 들어선 것이기 때문에 장수생분들은 절대 이렇게 공부하면 안 됩니다.

본인의 공부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고, 잘못된 점을 찾아서 고쳐나가려고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본인 혼자 공부하지 말고 합격수기를 연구하고 합격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본인의 공부방향을 피드백하면서 고쳐나가야 합니다.

저도 이것을 깨닫고 합격수기를 연구하고 합격생을 쫓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합격생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합격생들이 하는 말은 거의 공통점이 있었고, 그들이 합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맞는 방법을 취하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합격생과 통화하면서 제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는지 체크했습니다.

합격생들이 저의 공부 방향을 체크해줄 때 합격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어느 순간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이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는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오래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데다 눈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안구건조가 심하게 왔습니다. 막판에 하루에 10시간을 넘게 공부해도 될까 말까인 시험을 앞두고 5개월이나 남았는데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눈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까지 다다랐습니다. 이는 수험생에게 있어서 사형선고와 같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저는 도저히 공부할 수 없겠다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만 했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저를 믿지 않았지만 제 스스로 저를 믿고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했습니다. 일단 공무원 시험이라는 마라톤을 뛰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제 잘못이 컸습니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꼭 운동장을 걸었습니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또 자연바람을 쐬면서 힘든 눈에게 휴식을 주었습니다. 안과에 가서 눈물샘도 막아보고 눈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사다가 먹고, 가습기를 틀고, 안구건조용 안경도 써봤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노력을 해도 나아지지 않자, 의사는 쉬어줘야한다고만 했습니다. 눈이 버텨주질 않았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야 공부의 감이 잡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문득 예전에 시각장애인이 공부해서 최초로 대학에 들어갔었던 실화를 TV에서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시각장애인은 과외선생님이 옆에서 문제를 읽어주면 귀로 듣고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눈을 감고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저에게 눈을 사용할 수 있는 허용된 4시간은 상황(문제풀기, 기본서 빠르게 정독)에 사용했습니다. 눈을 감고 귀로 공부하기 위해서 단순 암기 부분과 헷갈리는 부분은 모두 육성으로 녹음했습니다.

단순 암기사항은 밥 먹으면서 듣거나 쉬면서 틀어놓고 듣고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단순암기 외에 기본서 정독이 문제였습니다. 기본서 정독은 누가 옆에서 책을 읽어줄 수도 없어서, PMP에 기본강의를 다운받아 눈을 감고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로 되새김을 하거나 연상했습니다.

사실 이미 여러 번 들은 강의이기도 하고, 문제풀이 강의는 눈을 감고 들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기본서 이론강의를 눈 감고 들으면서 기본서를 빠르게 읽었습니다. 다만, 이론강의가 길기 때문에 기본서를 다독할 수가 없던 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하면 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극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장기기억으로 넘기도록 더욱 노력해서 듣기 때문에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도 더욱 효과가 있었습니다.

♣ 공부방법

국사, 행정법, 행정학은 강의를 틀어놓고 하루에 분량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고 들었습니다. 시험보기 전까지 기본서를 머릿속으로 모두 집어넣으면 합격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는 단어, 문법, 문장 이 세 가지가 다 같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단어 같은 경우는 교재 홈페이지에 단어를 MP3로 올려놓은 게 있어 그것을 다운받아서 눈을 쉬면서 듣고 영문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문이 약 20분 정도 가량 되는데, 암기가 가능하도록 듣고 듣고 또 들었습니다.

언어과목은 감이 중요하기에 이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장을 통으로 외워야 효과가 있다고 합격생에게 들었습니다. 다양한 문장을 보기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 검증이 되며 가장 깔끔한 문장이기도 하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취임연설문을 선택해서 집중 공략했습니다.

누워서 눈을 감고 물수건을 눈에 얹어놓고 듣고 듣고 또 들어서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문장을 통째로 외우면 영어의 감을 유지하는데 꽤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대한 눈을 쉬어주다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 눈을 떠서 독해를 풀다 문법문제를 풀다 하면서 조절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저 스스로 되뇌인 말은 이것도 못 이겨내면 앞으로 어떤 것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심리조절이 수험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아도 본인만큼은 믿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을 치러 가는 날도 본인이 최고임을 가슴 속 깊이 품고 가야 합니다. 그 자신감과 당당함이 시험문제를 푸는데 굉장한 핵심 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눅이 들어버리면 아는 문제도 당황하게 되고 모든 게 어려워만 보이게 됩니다.

실력발휘를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자신 있고 당당하게 시험당일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기간 내내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력을 아주 많이 쌓고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감은 본인 스스로 입으로 되뇌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고 본인 스스로가 실력을 쌓아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절박하게 공부를 하니 오히려 몸이 멀쩡할 때보다도 더 고도의 집중이 되어 결국에는 1등으로 컷라인에서 10점 이상 받고 합격했습니다. 몸이 멀쩡할 때는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해도 1, 2점차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더욱 점수 차가 벌어지더니, 몸이 아플 때는 오히려 월등히 높은 점수로 합격하는 걸 보면서 환경 탓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끝내며

지금도 직장생활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닥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공부해서 1등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그것도 이겨냈는데 이걸 못 이겨내겠나?’하는 마음으로 헤쳐 나가곤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도 해결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그때만큼 힘든 때도 없었지만 살다보니 힘든 날은 계속 찾아오곤 합니다. 그래도 그때 이겨냈던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보니 결과야 어찌됐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해내고 이겨내게 됩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누구나 힘들게 해내고 누구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더 간절히 해내면 결과는 따라오게 돼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지금 상황이 안 좋다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또한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하늘이 감동할 정도로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숨을 걸면 못해낼 것이 없습니다.

어떠한 상황도 항상 나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습니다. 그 상황 탓을 하지 말고 이 없으면 잇몸으로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겸손하게 공부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나타납니다. 공무원 시험만 합격하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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