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사회적 기업가 우수창업팀] ①수제구두 생산 ‘구두 만드는 풍경’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수익을 내는 사회적 기업은 이익의 선순환을 몸소 실천하는 회사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1년부터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브리핑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18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창업팀’ 대상을 수상한 2개 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2017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가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날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던 중 낡은 구두 밑창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며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 구두는 문 대통령이 2012년에 국회에서 구입했던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AGIO)’였던 것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구두’로 알려지게 된 아지오를 제작한 ‘구두 만드는 풍경’은 그러나, 당시 판매 부진으로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날을 계기로 구두 만드는 풍경은 제2의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 

수제구두 전문 제조업체 ‘구두 만드는 풍경’은 시각장애 1급인 유석영 대표가 2010년에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당시 유 대표는 파주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오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던 중, 그들의 직업이 불안정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장애인들에게는 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80∼90년대 당시 청각장애인들이 구두회사에서 꽤 많이 일했던 것을 기억하며 수제구두 회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구두 만드는 풍경은 회사 설립 시작부터 청각장애인들의 일자리 만들기를 목표로 했다.

대부분 구두 제조업이 자동화 공정 등으로 운영됨에도 수제화를 내세운 것은, 그만큼 제품의 질을 높이면서 제조 공정을 늘리면 더 많은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출발한 회사는 부족한 자본과 여력, 시장의 첨단화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13년 8월 31일에 폐업하게 되었다.

유 대표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소비자들과의 관계에는 미흡했던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폐업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란, 장애인들에게 괜한 희망만 주었다가 결국 아픔만 남긴 듯했다”며 다시는 구두를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구두 만드는 풍경은 ‘시즌 1’을 종료했지만 2018년 2월, 4년여 만에 ‘시즌 2’를 시작하게 된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의 ‘낡은 구두’를 계기로 시민들의 아지오 구입 문의가 밀려왔지만 유 대표는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성원과 청와대의 제의, 그리고 오랫동안 아지오를 지지했던 유시민 작가가 “다시 한번 장애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며 설득에 나섰다.

이에 유 대표는 ‘구두 만드는 풍경, 시즌 2’라고 명명하며 2018년 2월 1일 재가동에 나서게 된다.

어쩌면 감성적인 시작이었던 시즌 1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다시 한번 청각장애인들의 성실성과 실력좋은 손재주를 앞세우며 소비자들에게 다가선 것이다. 

또한 유시민 작가의 도움으로 ‘구두 한켤레’ 광고비를 들여 연예인들의 재능기부 광고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지오의 광고모델은 당시 유 작가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가수 유희열로, 유희열은 이효리·이상순 부부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배우 김보성도 합류했다. 

구두 한켤레 광고비를 받고 아지오 모델에 참여한 이효리·이상순 부부. (사진=구두 만드는 풍경 제공)
구두 한켤레 광고비를 받고 아지오 모델에 참여한 이효리·이상순 부부. (사진=구두 만드는 풍경 제공)

이렇게 재출발한 아지오는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지난해만 약 7억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18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창업팀’ 대상(장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고 열심히 일했을 뿐, 수상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며 “이보다는 장애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지속성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우량한 대기업들이 멘토와 견인차가 되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커플 비지니스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보다 많은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비자는 물품 구입시 가능한 ‘윤리적 소비’를 잘 헤아려주고, 나아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현재 구두 만드는 풍경은 시각장애인인 유 대표와 청각장애인 10명, 지체장애인 1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유 대표는 회사의 존재 이유는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나름의 연말정산을 하는것을 보고 빨리 회사를 육성시켜 ‘13월의 월급’을 두둑히 받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은 게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사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이 당당히 일하는 기업이 목표”라며 “앞으로 우리 회사에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키워나가겠다”고 밝게 웃었다.

☞ 구두 만드는 풍경 홈페이지 https://guduagio.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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