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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8)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기획연재]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8)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최승연 기자
  • 승인 2019.04.1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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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 중 '아리아'입니다. 

같은 곡의 '제7 변주'와 함께 영화 양들의 침묵(1991, 조나단 드미)에 삽입되어 한니발 렉터 캐릭터를 곧 상징하는 곡이 되는데,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하였다는 바흐의 작곡 의도 및 곡풍, 영화적 상징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영화음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재미있는 일화처럼, 바흐의 후원자였던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바흐에게 불면증 치료용 곡을 의뢰해 이 곡의 작업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곡의 실제 원제는 '2단 건반을 지닌 쳄발로를 위한 사장조 아리아에 의한 30곡 일련의 변주곡'인데, 돌연 백작이 고용하던 건반 연주자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의 이름을 딴 제목이 내려오게 된 데는 여러가지의 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 중 가장 긴 길이와 치밀한 구성을 자랑합니다.(사실 바흐 대부분의 작품이 경악할 치밀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연주에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며, 음악의 수학성을 상징하는 바흐의 마지막 건반곡답게, 견고한 구조와 작곡 기교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곡 전체의 유기성과 완성도로 인해 이 곡이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가려내기엔 어려우나, 바흐가 교육용으로 단시간에 작곡한 여타 수많은 곡들에서도, 미스터리할 만큼 치밀하고 정교한 완성도를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낸다면, 이 작품 역시 '불면증 치료용'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바흐는 이 작품을 주제(아리아) - 30개의 변주 - 주제(아리아)라는 세 틀로 구성했습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하나의 견고한 수학 논리로 이루어지는데, 3개의 곡이 한 조가 되어 10번 배열되고, 3의 배수를 이루는 변주들(3,6,9...)은 카논 형식으로써 변주의 흐름에 또 다른 변주를 선사하며, 이 카논은 3, 6, 9 변주로 진행될수록 음정이 1도씩 증가해 27번 변주에 이르면 9도까지 증가합니다. 

그러나 바흐는 마지막 30번 변주, '쿼드리베트(Quodlubet)'에서 돌연 그간 엄격하게 지켜온 형식을 일순간 파괴하고, 혹독한 규율의 마지막 순간 연주자와 청자에게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는데, 이 지점에 그는 해학적이고 극적인 음악 장치를 숨겨 두었습니다.

곡의 위대한 예술성 만큼 곡의 '연주사' 역시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양쪽에서 장대한 여정을 걸어왔고, 또 여전히 다양한 연구와 시도, 계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절정이었던 순간에 역시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글렌 굴드의 1955년 레코딩 음반이 자리해 있습니다.


"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감탄과 경의를 느끼다가, 굴드의 연주를 들으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내가 존재하는 듯한, 우주 아득한 어딘가에는 분명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는, 그러한 실감에 싸인다."라는 한 애호가의 말을 짧게 옮겨 봅니다.

굴드는 이전 연주자들의 낭만 피아니즘 흔적을 모두 제거해냈으며, 음향 작업을 통해 음색을 하프시코드 풍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자신만의 창조적 해석을 입혀냈습니다. 이후 굴드는 생의 마지막 순간 또 다시, 자신의 자아를 전면에 투영한 듯한, 1955년과는 전혀 달라진 해석의 두 번째 골드베르크 변주곡(1981)을 녹음하고, 이 곡과 닮은 듯한 짧은 생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7회 (2019.03.23. 나루아트센터)
- 이코리아 <김별의 클래식 산책> 2017~2018 기고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은 매월 1일, 15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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