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장본인' 노 전 대통령 "재협상 준비해야"…진보신당, 강력 비판
'현재 상황에서 재협상 없이는 한미FTA가 발효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인데, 한미FTA 비준을 놓고 여야 공방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나아가 사회적 반대여론을 뿌리치고 한미FTA 체결을 강행한 노 전 대통령이 이제와서 입장을 전면 수정한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FTA 폐기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노 전 대통령은 10일 저녁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비준을 한다고 해서 미국 의회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FTA를 살려 갈 생각이 있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 의회는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놓고 재협상을 한다는 것은 국회와 나라의 체면을 깍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재협상에 대한 근거로 국제적 상황 변화를 거론,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다른 나라 등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어차피 (한미FTA는) 재협상 없이는 발효되기 어려운 협정"이라며 "폐기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미 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가 없다. 당장 발효하는 것보다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이때문에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입장 번복'에 대한 파장을 의식한 듯, "나의 입장은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황이 변했다. 모든 정책은 변화한 상황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실용주의이자, 국익외교"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다만 "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너 신자유주의지?' 라는 말은 '너 빨갱이지' 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왜곡 및 교조화되고 남용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말의 반성도 성찰도 없이 꼼수만 부리고 있어"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미FTA를 시작한 장본인인 노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당선 등 국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재협상론을 꺼내든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없는 행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한미FTA를 시작하고 불평등한 협정을 부랴부랴 체결한 참여정부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뻔뻔하고 편의적인 정치공학적 꼼수가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노무현 집권 시대에 밀어붙인 시장개방 통상독재와 신자유주의 강화정책으로 경제위기 시대에 더욱 서민들 등골만 빠지게 해놓고도, 이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성찰도 없이 꼼수만 부리고 있는 무책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협상을 말하기 전에 졸속, 부실, 불평등 한미FTA를 밀어붙인 자신의 과오를 먼저 자백하는 것이 순리이자 도리"라며 "한미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함을 자백하는 게 더욱 솔직한 태도 아니겠는가"라고 잘라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스스로 만든 기형괴물인 한미FTA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특유의 꼼수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전임 대통령의 속내가 국민의 분노를 부르고 있음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대자보
관련기사
이석주 기자
stkitt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