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의 현대음악가 윌리엄 볼컴(William Bolcom, 1938.05.26-)의 <3개의 '유령' 피아노 래그(Three Ghost Rags for Piano)> 중 1번 '우아한 유령'입니다. 

‘미국 현대음악의 아버지’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0.20-1954.05.19)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볼컴은 방대한 클래식의 역사와 장르를 섭렵하는 동시, 미국의 음악인 랙타임과 재즈를 탁월하고 유려하게 클래식에 접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Rag(=Ragtime)는 19세기 후반 미국 중,남부 흑인 사회에서 발달한 춤과 춤곡 양식으로, 블루스-흑인영가-클래식과 함께 재즈의 주 원류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래그타임의 형식적 뿌리는 유럽 클래식의 춤곡 양식이나, 흑인들 특유의 날카로운 당김음(=싱커페이션, 박자를 흘리는 레이백과 함께 그루브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활용이 곡을 이끄는 구심이 되어 그루브를 생성해냅니다. 이는 곧 리듬에 있어 형식적 변주가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변주의 음악` 재즈의 탄생에 강한 영감을 주게 됩니다.

랙타임을 재즈의 한 장르 내지 초기 형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적어도 그 원형에 있어서)정확히는 재즈와 독립된 장르이며, 이는 랙타임이 재즈의 장르적 핵심인 '즉흥'과 '변주'가 아닌, 클래식적인 악보상의 악상 작곡과 해석의 연주를 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론 재즈를 흑인음악의 거대한 바다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블루스와 랙타임 등을 모두 재즈에 포함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블루스와 재즈로 대표되는 미국의 흑인음악은, 거의 모든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위대성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재즈와 클래식 음악은 각각 외향과 내향, 위트와 고뇌, 인디와 메이저의 상징으로도 여겨지고, 음악적 깊이에 있어 클래식에 비견될 수 있을 유일한 음악 역시 재즈일 것입니다.

노예 무역으로 채 알지도 못한 미국 땅에 끌려와 폭압에 시달린 아프리카의 노예들은, 흑인음악의 중심 정서인 '애환'을 담아 고향의 리듬과 멜로디로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 노래는 블루스로, 한편으론 교회의 찬송가인 흑인영가로 발전했으며, 술집과 사교장의 유흥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래그타임, 그리고 유럽 클래식의 악기와 화성학이 더해지며 마침내 재즈라는 바다가 탄생하게 됩니다.

(비록 그 뿌리는 유럽과 아프리카이나)가장 미국적인 음악으로 불리며, 짧은 역사의 미국이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되는 재즈는, 20세기에서야 그 형체가 생겨났으나 탄생과 동시에 클래식 현대음악에 강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또 동시에 그 영향을 받으며 끊임없는 상호 진화를 이룩해왔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7회 (2019.03.23. 나루아트센터)
- 이코리아 <김별의 클래식 산책> 2017~2018 기고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은 매월 1일, 15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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