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없어선 안될 경제파트너…신남방-동방정책 힘찬 물길 이룰 것”

사진출처: 연합뉴스TV 뉴스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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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경제인 여러분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파트너, 말레이시아와의 경제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벼우면 같이 들고, 무거우면 같이 짊어진다’는 말레이시아 속담이 있다”며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상생번영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이 앞으로도 서로 돕고 배우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 전문.

얍 다툭 이그나티우스 다렐 레이킹(Y.B. Datuk Ignatius Darell Leiking) 국제통상산업부 장관님, 탄스리 다툭 떼 레옹 얍(Tan Sri Datuk Ter Leong Yap)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 회장님, 다토 아즈만 마흐무드(Dato’ Azman Mahmud) 말레이시아 투자개발청장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 양국 경제인 여러분, 슬라맛 빠기(안녕하십니까)!

올해 저의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아세안 창립국이자 선도국인 말레이시아를 찾았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발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오가는 모노레일과 스카이라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연평균 5%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루고 무역규모 4천3백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인구 천만 이상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는, 아시아의 경제심장, 말레이시아의 역동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최고의 투자국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볼레(할 수 있다)’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여기 계신 경제인 여러분이 그 주역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내년이면 양국이 수교한 지 60주년이 됩니다. 양국은 어느새 60년의 기간을 교류하며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부, 툰쿠 압둘 라만 초대 총리는 1957년 독립광장에서 “독립!”을 일곱 번 외쳤습니다. 그때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느꼈을 벅찬 감동을 한국은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한국 역시 1945년, 같은 기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60년대에는 말레이시아가 보내준 원조금으로 한국의 파주에 ‘말레이시아교’라는 다리를 지었습니다. 20여년 후에는 반대로 한국기업이 말레이시아에 ‘페낭대교’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양국의 인적 교류도 활발해져 지난해 무려 100만 명의 국민들이 양국을 오갔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오랜 교류의 역사 속에서 어려울 때 서로 도운 친구입니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파트너이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중요한 교역국이자, 투자대상국입니다. 많은 한국기업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양국 간 교역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200억 달러에 근접했습니다. 특히, 쿠알라룸푸르에 우뚝 솟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말레이시아를 더 가깝게 느끼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지금까지의 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가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고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저는 대통령 취임 직후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와를 비롯한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그 의지를 담은 것이 ‘신남방정책’입니다. ‘신남방정책’은 마하티르 총리님이 일찍부터 추진한 ‘동방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사람 중심의 상생번영 공동체를 아세안의 창립국이자 선도국인 말레이시아와 함께 이뤄내길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강이 합류하는 곳’,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줄기 더 큰 강물로 만나, 힘찬 물길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양국 간의 경제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방문 첫 일정으로 ‘한류-할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한류가 녹아있는 할랄인증 식품, 화장품 등 양국 간 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할랄 리더 국가입니다. 세계 유일의 국가 할랄 인증제인 ‘자킴(JAKIM)’을 시행하고 있고, 정부가 할랄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할랄 환경을 갖춘 국가가 되었습니다. 최근 한국이 말레이시아 현지기업과 합작 투자하여 할랄인증 식품인 ‘대박라면’을 출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양국은 할랄산업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글로벌 할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전세계 인구 25%가 무슬림이고, 글로벌 할랄시장 규모도 2조 달러가 넘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열정적으로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류와 말레이시아의 할랄이 접목된다면, 더욱 큰 경쟁력으로 거대한 세계 할랄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우타마 쇼핑센터 안에 올해 7월 ‘한류타운(K-town)’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한류와 할랄의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아세안은 지난해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발족하여 스마트시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단지로 두 곳을 선정하여 추진할 만큼 앞서가고 있습니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코타키나발루’를 협력 도시로 하여 아세안 국가 중 첫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스마트시티를 계획 중인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게도양국의 역량과 모범사례를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유일의 자국산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마하티르 총리께서 예전부터 자동차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진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국가자동차정책’을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양국 간 전기차 공동연구도 성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의 국가 자동차정책과 한국의 우수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은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공통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5%로, 한국은 2030년까지 20%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양국은 가상전력발전소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의 에너지저장 기술 위에 말레이시아의 수력, 태양광 에너지를 결합한다면 낙후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좋은 실증사업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IT 협력센터를 설립하여 우수한 IT 분야 인재 양성에도 힘을 모을 것입니다. VR 센터와 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공장 설립 등 양국 기업들의 동참도 경제협력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한-말레이시아 양자 FTA’를 위한 절차에 착수키로 했습니다. 양자 FTA가 빠르게 체결된다면 양국 간 통상협력이 더욱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마하티르 총리님은 지난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과거와 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사라질 것”이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경제인 여러분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가벼우면 같이 들고, 무거우면 같이 짊어진다.’는 말레이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가벼워질 것입니다. 양국의 상생번영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이 앞으로도 서로 돕고 배우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갑시다.

뜨리마 까시(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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