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의 정신을 가슴에 담고 달려본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임시정부 유적지가 있는 중국 항주(杭州)-가흥(嘉兴)-상해(上海)를 자전거로 달린다. 

나의 모교 고려대 졸업생들의 자전거동호회인 타이거바이크(Tiger Bike Club)(회장=유동희, 고대82)의 회원 15명이 이 자전거 장정에 참여했다. 난 중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자전거 라이딩팀의 대장을 맡게됐다. 한달 전부터 자전거 루트를 짜고 숙박, 지원차량, 식당등을 준비했다. 우리의 자전거루트는 항주임시정부 유적지를 시작으로 가흥 김구피난처,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를 거쳐 상해 홍코우공원(虹口公园, 현재는 루쉰공원(鲁迅公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의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매원(梅园)까지로서 절강성(浙江省)의 명소인 오진(乌镇), 서당(西塘) 수향마을도 들러가는 총 240 km의 루트, 500리의 장정이었다. 

항주에 도착한 2월 28일, 우리는 먼저 항주 임시정부 유적지를 참관을 위해 버스에 오르며 일정을 시작했다. 원래는 항주 공항에서부터 자전거로 항주 임시정부 유적지를 가려했으나 비행기 도착이 오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일정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팀원들이 처음으로 만난 항주의 임시정부 유적지. 조선족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100년전 임시정부의 활동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저녁에는 세계 3대쇼라고 중국이 자랑하는 송성(宋城)의 천고정(千古情) 쇼를 관람하며 중국의 화려한 무대 예술을 감상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삼일절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라이딩, 영상 10도내외의 날씨였지만 부슬비와 중국 남방 특유의 습냉추위가 겹쳐져 마치 영하권의 날씨인듯 모든 팀원들을 떨게 만들었다. 어제의 부슬비보다 빗방울은 좀 더 굵어졌지만 달리기로 했다. 부슬비를 뚫고 달리는 데 위도상 낮은 지역이라 한국보다 훨씬 따듯할 꺼라는 생각에 방한,방수에 큰 대비없이 중국에 온 게 문제였다. 끊임없이 내리는 부슬비에 팀원들의 옷이 모두 젖어버렸고 영하의 체감온도는 팀원들을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신발이 젖어버려 더 이상 달릴수가 없었다.

100년전의 독립투사들은 우리보다 더 악조건이었을 꺼야 라고 모두들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대장으로서 라이딩은 더이상 무리라 판단되었다. 결국 오전에 겨우 20 km 남짓한 라이딩을 마치고 라이딩을 중단하기로 했다.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오진 수향마을에 도착하여 중국 전통마을의 아름다운 야경도 봤다. 밤새 비가 내린다.  이제는 부슬비가 아니고 세찬 소낙비처럼 거세어져간다. 내일 라이딩은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걱정에 밤새 불편한 잠을 자야만 했다.

3월 2일, 그칠줄 모르는 비. 우중라이딩의 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출발할 상황이 아니다. 오후에는 날이 개기를 바라며 일단은 라이딩복장으로 버스에 올랐다. 백범 김구가 일제의 눈을 피해 중국인의 도움으로 머물렀던 가흥의 김구피난처를 참관했다. 당시 일제가 내건 김구의 현상금이 현재가치로 200억에 달한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독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노고에 감사함이 절로 솟구친다. 그런데 비는 그칠줄 모른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음 숙박예정지인 서당으로 향했다. 


3월 3일, 드디어 비가 그쳤다. 오늘의 목적지인 상해를 향해 팀원 모두가 자전거에 올랐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여행에 참가하기 하루전날에야 서둘러 조립해온 내 자전거는 크랭크캡이 빠져 분실되었고 페달을 구를 수 없게 되었다. 깜빡하고 크랭크캡을 제대로 조이지 않고 온 탓이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 다른 팀원 두 대의 자전거는 계속해서 타이어 펑크가 났다. 예비튜브도 동이 났다. 결국 라이딩을 이끌기 위해 난 다른 팀원의 자전거를 빌려타야 했고 자전거를 빌려준 팀원은 버스를 타고 따라와야만 했다. 2% 부족한 라이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서당에서 상해까지의 자전거길 65 km는 무척 아름다왔다. 한국의 시골풍경같이 평온하고 고즈넉했다. 때이른 유채꽃도 보였고 간간히 지나치는 다리위에서 바라본 강변의 풍경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줬다. 전원 무사히 상해에 도착했다. 궂은 날씨로 짧은 라이딩이 무척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라이딩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단체라이딩 특히 단체 자전거여행의 최고는 안전라이딩이다. 상해에서의 마지막 저녁 오찬은 상해 교우들도 참석했다. 어디를 가나 고려대학교 특유의 정을 느낄수 있었다. 

귀국일인 3월 4일, 항공편으로 짐을 부치기 위해 자전거포장을 다해놓고 버스로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와 윤봉길 기념관을 찾았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상해시내는 매우 혼잡해서 단체 라이딩엔 적합하지 않아 조금은 아쉽지만 애초부터 라이딩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홍코우공원 윤봉길 기념관앞에서는 모두함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감격을 되새기도 했다. 계획보다는 짧은 라이딩에 그쳤지만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서 이런 의미있는 행사를 참여하게 된 것은 더없이 기쁘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독립운동, 광복군, 임시정부...역사의 현장을 찾아보면서 새삼 떠오르는 건 대한민국 헌법전문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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