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의 말미에서 청계천 빈민촌 주민회가 내분으로 인하여 다툼이 일어나더니 급기야는 도둑으로 몰린 회장이 회의장에서 할복을 하였던 이야기를 적었다. 그는 부엌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며 소리를 질렀다.

"내 배때기에 돈 들었냐? 내가 돈을 먹었음 배때기에 돈이 들었을 것 아니냐?"

사방으로 피가 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기에 나는 신속히 나가 택시를 불러 왔다. 그를 택시에 태워 가장 가까운 병원인 한양대학부속병원 응급실로 갔다. 서둘러 수술을 하여 생명을 살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얼마나 억울하였으면 자기 배까지 갈랐것냐? 하며 그를 지지하는 마을 사람들이 병원으로 문병을 가 머리맡에 위문금을 놓고 오곤 하였다.

머리맡에 현금이 쌓이게 되니 간호사가 한눈파는 사이에 병실을 나가 병원 앞 길가에 있는 포장마차 집으로 가서 소주에 참새구이를 먹곤 하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이 좋아지니 소독도 안 된 손으로 상처를 북북 긁으며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병실로 들어왔다. 그제서야 담당 간호사가 보고는 질겁하며 말했다.

"환자님 수술하신 분이 술을 드시고 상처에 손을 대면 감염이 되어 죽습니다."

그러나 술기운으로 흥겨운 그에게 간호사의 말이 들릴 턱이 없다.

"시끄러 죽으면 내가 죽지 니가 죽냐? 내가 니 서방이라도 되냐."

하고 간호사의 팔을 뿌리치고는 병상으로 올라가며 <아... 신라의 바아암 이이이여> 하며 여전히 상처를 기운 곳을 긁어대는 것이었다. 마침내 감염이 되어 상처가 커지더니 죽고 말았다. 무슨 시비든지 사람이 죽으면 분위기가 살벌하여진다. 마을 분위기가 험악하여졌다. 나의 낭패한 마음은 절망적이 되었다.

정신이 멍한 가운데 장례를 치르고는 흙바닥에 가마니 깔아놓은 교회당 바닥에 앉아 금식 기도에 들어갔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하소연하였다.

"하나님 이를 어쩜 좋겠습니까? 빈민촌에 사람 살리러 들어왔다가 살리지는 못하고 죽게 하였으니 이를 어쩜 좋겠습니까? 저가 빈민 선교할 자격이 없지요? 선교 그만하고 짐 싸들고 신학교 기숙사를 다시 들어갈까요?"

물도 마시지 아니하고 한 자리에 앉아 금식 기도하기를 4일째 되는 날에 내가 택하고 있는 빈민 선교 방법이 그릇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언가 본질이 빠지고 주변에 머물러 바쁘고 소란키만 함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회개하며 기초에서부터 다시 시작키로 다짐케 되었다.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두레국제학교 학생들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두레국제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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