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 이야기 [제 2.545회]

어느 날,
숙종대왕이 미행 중....  
수원성 고개 아래 냇가를 지나는데, 허름한 시골총각이 관을 옆에 놓고 슬피 울면서 물이 나오는 냇가에다 묘자리를 파고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가난하고 몰라도 유분수지, 어찌 묘를 물이 나는곳에 쓰려고 하는지 참으로 이상하다." 
생각을 하고, 무슨 연고가 있지 싶어 그 더벅머리 총각에게로 다가가....

"여보게 총각~!!!
여기 관은 누구의 것이요?" 
하고 물었다. 
"제 어머님의 시신입니다." 
"그런데 개울은 왜 파는고?" 
숙종은 알쏭달쏭하여  딴청을 하고 물으니, 
"어머니 묘를 쓰려고 합니다!" 

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숙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보게 이렇게 물이 솟아나고 있는데, 어찌 여기다 어머니 묘를 쓰려고 하는가?" 
하고 재차 다그쳐 물으니... 

그 총각은 왈,
"저도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갈 처사'라는 노인이 찾아와 절더러 불쌍타 하면서 저를 이리로 데리고 와 이 자리에 묘를 꼭 쓰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 분은 유명한 지관인데, 저기 저 언덕 오막살이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라고 힘없이 대답을 하고는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자신의 곤혹스런 처지를 처음보는 양반 나리에게 하소연하듯 늘어 놓았다. 

숙종이 가만히 듣자 하니, 
'갈 처사'라는 지관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궁리 끝에 지니고 다니던 
지필묵을 꺼내어 몇자 적었다. 
"여기일은 내가 보고 있을 터이니 이 서찰을 수원부로 가져가게. 수문장들이 성문을 가로 막거든 이 서찰을 보여주게!" 

총각은 또 한번 황당했다. 
아침에는 어머님이 돌아가셨을땐 유명한 지관이 냇가에 묘를 쓰라고 했지....
이번에는 왠 선비가 갑자기 나타나 수원부에 서찰을 전하라 하지.... 
도무지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총각은 급한 발걸음으로 수원부로 갔다. 
서찰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명! 
수원부사는 이 사람에게 당장 쌀 삼백가마를 하사하고, 좋은터를 정해서 묘를 쓸수 있도록 급히 조치하라!" 

수원부가 갑자기 발칵 뒤집혔다. 
허름한 시골 총각에게 유명한 지관이 동행하질 않나....
창고의 쌀이 쏟아져 바리바리 실리지를 않나.....

"아! 상감마마~!!!
그 분이 상감마마 이시였다니~!!!" 
총각은 하늘이 노래졌다.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지금 냇가에서 자기 어머니 시신을 지키고 서 있을 임금을 생각하니, 황송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었다.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놀라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내일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하시는 일마다 만사형통하는 기분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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