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2.533회]

이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손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따라서 백 번 싸워서 그때마다 이기는 것은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적과 싸우지 않고 적의 병력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 최선의 방법이다. 

최선의 전쟁은 계책으로 이기고, 차선은 외교로 이기고, 차차선(차악)은 군사 대결로 이기고, 최악은 적의 성을 무너뜨려서 이기는 것이다. 공성(攻城)의 방법은 다른 길이 없어서 어찌 할 수 없는 경우에 써 먹는다.” (‘모공’) 

손자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어떤 길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는 파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평화 지상주의자도 아니고 평화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전쟁 지상주의자도 아니다. 

평화와 전쟁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론자도 아니다. 상황에 가장 충실해서 선택을 하지만 아군의 피해만이 아니라 적의 피해를 최소 화 할 수 있는 길을 최선으로 간주했다. 간명하게 표현하면 현실적 평화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손자는 왜 공성을 최악의 전쟁이라고 했을까? 방어하는 쪽이 식량과 식수를 확보하고 있다면 성을 파괴 할 화력이 없는 한 공성전은 공격이 수비보다 훨씬 어렵다. 

공성전을 벌이려면 강고한 성채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를 만드는데 3개월이 걸리고 성 안을 살피기 위해 망루를 쌓느라 3개월이 필요하다. 무기를 준비하고 망루를 쌓는 중 병사는 병사대로 장수는 장수대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 진다. 

지상으로부터 높이있는 성벽을 기어올라 성 안으 로 침투하는중 병력의 30% 이상은 죽지만 그렇다 고 성을 꼭 손에 넣는다는 보장도 없다. 위험부 담이 엄청나기에 손자는 공성전을 피하고자 했다. 

서두에서 야구이야기를 했으므로 이번에는 축구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 우리나라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처음에 월드컵본선진출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에서 우리나라는 4강에 올랐다. 이제 본선 진출보 다는 16강, 8강, 4강 등 상위 성적을 바라게 됐다.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본선 조 추첨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면 한 게임 한 게임 마다 온 힘을 다해서 조별 리그전을 통과하려고 한다. 혹시 1차전에서 지면 다음에는 ‘온 힘’도 모자라고 ‘사력’을 다해 ‘총력전’을 펼친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거나 우승권 전력을 가진 국가대표팀들 중 일부는 리그전에서도 졸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탈락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조별 리그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16강 토너먼트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승을 노리는 팀들의 전략이다. 

조별 리그에서 사력을 다하는 것이 손자가 말하는 공성전이라면, 토너먼트 부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벌병(伐兵·전쟁을 통해 적을 제압하는 것) 이라 볼 수 있다. 

팀의 에이스를 아끼고 후보 선수 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벌모(伐謀·계책으로 전쟁을 이기는 방법)가 되고 에이스를 모두 동원 한다면 벌공(伐攻·화력을 집중해 단시간에 전쟁을 끝내는 방법)에 해당된다. 

손자가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면 공성전과 같은 전략으로 조별 리그 통과만을 겨냥하진 않고 벌모 전략을 통해 우승을 노릴 것이다. 그는 전력의 집중과 분산, 증강과 절제를 통해 상황에 따라 운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도 커다란 희생을 낳는 공성보다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벌모의 지략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손자의 전술을 지혜삼아 나의 삶에 출혈이 없이, 하시는 일마다 연전연승하는 슬기롭고 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