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천재 작곡가 Ólafur Arnalds(올라퍼 아르날즈, 원어식 올라퓌르 아르날스)의 2010년 2집 수록곡 Þú Ert Jörðin(너는 지구) 피아노 편곡 연주입니다.
어느 장르로 규정할 수 없으며 수많은 장르로도 규정 가능한 올라퍼의 음악세계를 지배하는 큰 흐름은 네오 클래식입니다. 20세기에 꽃을 피운 네오 클래식의 장르를 그는 21세기 음악들과 버무려 자신만의 형태로 창조해냈는데,

원형으로서의 네오클래식을 순수하게 담은 2집 앨범 
"...Þau Hafa Sloppið Undan Þunga Myrkursins"(...그리고 그들은 어둠의 무게로부터 벗어났다)는, 만 20세 그의 충격의 데뷔작이었던 "Eulogy for Evolution"(2007) 다음의 최고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네오 클래식은 현대음악(이는 넓게는 재즈나 대중음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쓰이나, 학문적으로는 소위 '현대의 예술음악' 즉, 20세기 즈음부터의 클래식 음악을 가리킵니다)과 같은 의미로도 쓰이나, 통용되는 뉘앙스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새로운(파격적) 고전주의와 현대적인 클래시컬, 나아가 (특히 바로크적인)클래식 화성을 도입한 파괴적 메탈, 고전적 락, 일렉트로닉 음악을 포괄하기까지 매우 광범히 통용됩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클래식 음악을 핵심 기반으로 하나, 시규어 로스를 음악적 멘토로 칭하고 미니멀리즘, 앰비언트, 북유럽 전통음악, 일렉트로닉, 포스트 락을 아우르는 올라퍼 아르날즈는 네오 클래식의 모든 것을 통괄하는 음악가이자, (적어도 20대 초중반까지는)가장 독보적 영감을 보여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1986년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올라퍼의 음악에는 고국 여러 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연환경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국토의 80%가 불모지인 북극과 맞닿은 작은 섬나라, 역동적 화산활동으로 인한 광활한 용암지대와 그 위 덮여 있는 광활한 얼음의 대지, 투명한 대기와 광대한 호수, 수시로 내리는 비 흔한 지진.. 그러한 환경 안에 독보적 정서와 음악성이 발달한 아이슬란드는, 30만 남짓의 인구에도 세계적 음악적 천재들을 배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고 경험을 재현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음악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감정의 이면과 무의식 아래로 사장시킨 사건들을 의식화 시켜줍니다. 2007년 그의 데뷔작이며 최고작인 정규 1집이 영원한 그의 예술적 주제 '내면의 어둠'을 정제 없이 원형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라면, 그렇게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한'의 정서가 2집에서 극적으로 치유되고 있는데, 그 극복의 과정을 그린 2집 앨범은 전작에서 각 곡을 흐르던 극적 전개가 확대되어 앨범 전체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의 2집은 치유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절대적으로 떠오르는 앨범이 되었고, 그 장대한 극의 결말에서 그들 혹은 누군가, 혹은 바로 내가 어둠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감격의 마지막 트랙은, 지금껏 가장 벅차고 감격스런 곡으로 제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그의 막강한 영감이자 에너지였던 '한'은 2집의 극복을 기점으로 차츰 치유되게 되고, 이후 작품들에선 절대적이던 그의 정서적 공간 역시 꾸준히 소멸, 초기의 위대한 영감과 예술성은 차차 희미해지게 되었습니다.


...Þau Hafa Sloppið Undan Þunga Myrkursins (..그리고 그들은 어둠의 무게로부터 벗어났다) (2010)
1. Þú Ert Sólin (너는, 태양)
2. Þú Ert Jörðin (너는, 지구)
3. Tunglið (달)
4. Loftið Verður Skyndilega Kalt (싸늘한 공기에 싸이다)
5. Kjurrt (정적)
6. Gleypa Okkur (우리를 삼키다)
7. Hægt, Kemur Ljósið (서서히, 빛이 다가오다)
8. Undan Hulu (그림자의 이면에서)
9. ...Þau Hafa Sloppið Undan Þunga Myrkursins (..그리고 그들은 어둠의 무게로부터 벗어났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6회 (2018.09.08. 나루아트센터)
- 2010년 3월~ 건국대병원 <정오의 음악회> 고정 연주
- 코리아뉴스타임즈 <김별의 클래식산책> 2017~2018 기고

2019년 신년기획 -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은 매월 1일, 15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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