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제8번 내림마단조(BWV 853) 중 푸가 연주입니다.
곧 바흐 음악의 완결성을 상징하게 된 평균율은, 베토벤이 '음악의 성서'라 작품을 칭하고 바흐를 '화성의 아버지'로 불렀던 말에 유래하여, 이른바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소나타와 함께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칭송받는 양대 건반음악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바흐, 그리고 그의 평균율 작품집이 갖는 음악사적 의미를 기리며 첫 칼럼을 시작하려 합니다.

작품명이자 바흐의 작업 동기였던 '평균율'이란 각 음계와 조성들 사이의 영역을 확립하는 수학적 양식으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음악적 예술성 이외에도 평균율 체계를 처음 온전히 정립했다는 매우 중요한 음악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곧 화성학이 학문으로서 발전할 첫 터전이 마련된 것이었으며, 바흐가 보여준 현란한 화성 사용과 놀라운 통찰력은 그 자체로도 화성학의 주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평균율의 상세 개념에 대하여는 장황함을 피하기 위해 링크를 따로 남겨둡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22517&cid=42605&categoryId=42605)
바흐의 열열한 신봉자였던 쇼팽은 바흐의 평균율을 그대로 오마주한 '48개의 전주곡과 에튀드'를 작곡했고, 쇼스타코비치와 체르니 역시 '48개의 전주곡과 푸가'로 평균율을 그대로 오마주해 헌정했습니다. 작곡가 각자의 색을 강하게 묻혀낸 이 세 오마주 작품들은 그 고유의 개성과 작품성으로 현재에까지도 끊임없이 조명되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천재 철학가들이 유난히도 예찬한 음악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이었다면, 바흐 평균율은 이처럼 수많은 천재 음악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또한 뭇 연주자들의 영원한 숙제로, 동시에 곧 그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인도해온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구 종말로 모든 음악이 일시에 소멸되더라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만 보전하면 서양음악사 전체(이를 인류 음악사 전체로 확대해 보는 개념도 존재합니다)를 복원해낼 수 있다는 학설이 말하듯, 유럽 음악의 무수한 강줄기는 바흐 안에 무궁한 바다가 되어 후대로 흐르는 마르지 않는 수원지가 되었습니다. 현대 대중음악의 가장 거대한 원류이자 음악적 깊이로 클래식에 비견될 수 있을 아마도 유일한 음악, 재즈 역시 아프리카의 리듬과 유럽 음악의 화성이 음악의 핵심 기초이며 평균율로 조율된 서양 악기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볼 때, 바흐의 음악적 모범은 서양음악을 넘어 현대의 대중음악에까지도 큰 유산과 울림을 남겼고, 동시에 현 시대의 살아 있는 예술로서도 물론, 크나큰 파급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6회 (2018.09.08. 나루아트센터)
- 2010년 3월~ 건국대병원 <정오의 음악회> 고정 연주
- 코리아뉴스타임즈 <김별의 클래식산책> 2017~2018 기고

2019년 신년기획 -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은 매월 1일, 15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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