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2018]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사진출처 : 정책브리핑
사진출처 : 정책브리핑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근로를 포함한 노동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낮추는 노동시간 단축이 지난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약 3500곳을 시작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나라였다. 하지만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시간 개선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 한 주를 휴일 포함 7일로 정의하면서 1주 노동시간의 한도를 52시간으로 명확히 했다. 

다만 근로자의 근무시간에 따른 소득 감소와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 등을 고려해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노동시간 단축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 인식과 해당 사업장 직장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8 근로기준법 개정 중 근로시간 내용. (출처=고용노동부 노동시간단축 가이드)
2018 근로기준법 개정 중 근로시간 내용. (출처=고용노동부 노동시간단축 가이드)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제도개선 위원회’를 발족하면서 9월부터 11월까지 5인 이상 사업체 약 2400개소를 대상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의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비율은 3.22%이며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전체 근로자의 4.3%(5만 6417명 중 2432명)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3.8%, 50인~299인 4.3%, 5인~49인 3.1% 순이었다.

이 중 올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32.4%로, 2015년부터 3년동안의 비율(39%)과는 불과 6.6%의 차이를 보였는데, 도입 이유로는 물량변동 대응(46.7%)이 가장 높았고 여가생활 등 근로자 요청(37.8%)과 주 52시간제 대응(25.9%)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사업체의 75.7%는 현행 제도로 근로시간 단축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도입 효과와 관련해 대부분 연장근로시간은 변화가 없거나 유사한 수준(81.5%)이고 제도 도입 후 임금감소는 없었다는 답변은 94.2%에 달했다.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연장근로 및 임금 변화. (출처=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연장근로 및 임금 변화. (출처=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개정법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시행했으나, 50인~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처럼 아직은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제를 시행하지 않는 까닭에 사회 전체로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실태 조사결과처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비율이 이하 사업장보다 6배 이상 높듯이, 대기업 위주로 탄력적 근무제(시차출퇴근형, 근무시간선택형, 집약근무형) 등을 도입하면서 점차로 워라밸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2017년 공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일·생활 균형 우수 사례’에 선정된 한국동서발전은 저녁 7시만 되면 사무실 불이 꺼지는데, 시차출퇴근제와 근무시간선택제, 집약근무제 등을 시행하면서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출퇴근 및 근로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SK하이닉스는 52시간 근무제 및 유연근무제를 2월 1일 시범 운영 한 후 7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는데, 최대 52시간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출·퇴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또한 회사는 52시간 근무제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근버스 시간대를 추가했다.

LG화학은 2017년 7월부터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출근은 오전 7시∼10시, 퇴근은 오후 4시∼7시 사이에 선택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제를 시행중이다.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큐셀코리아는 지난 4월 2일부터 기존 3조 3교대를 4조 3교대로 바꾸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이에 따라 직원들의 월 평균 휴일이 7.5일로 증가하면서 근무 만족도 향상과 함께 500여명의 지역 인재 채용으로까지 이어졌다.

광고회사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는 대기업에 버금가는 근무제로 주목받고 있는데, 오전 9시~9시 30분 중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소위 ‘월요병’을 막기 위해 이 날은 오전 10시에 출근하며 금요일은 오후 1시 퇴근을 원칙으로 한다.

한편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긍정적이다.

지난 9월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64.2%)이며, 일자리가 늘 것’(48.7%)으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는 2030세대, 사무·관리·전문직, 정규직,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는 응답자에게서 높았고 부정평가(28.5%)는 60대 이상, 농·임·어업 및 자영업 종사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인포그래픽=문화체육관광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인포그래픽=문화체육관광부)

바람직한 노동시간 단축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65%가 ‘현행 계획대로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르게 도입 또는 계획보다 빠르게’라고 답하면서, 이 정책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다양한 근로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방법으로는 ‘탄력근무제, 자유근로제 등 다양한 근로형태 도입’(52.3%)이 가장 많았고, 이밖에 일터의 노동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47.8%), 근로기준법 준수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강화(35.7%) 순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 활용의 경우 적용자와 미적용자의 답변은 유사했다.

현재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는 응답자는 가정생활(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64.0%), 건강·휴식(58.1%), 취미·여가·여행활동(43.3%), 자기개발(15.5%), 추가 경제활동(8.4%), 육아(6.6%)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응답자들도  가정생활(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58.3%), 취미·여가·여행활동(53.7%), 건강·휴식’(46.9%) 등으로 답했다. 

노동시간 단축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취미생활,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이 늘어날 것(70.4%),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70.2%), 불필요한 야근 관행이 줄어들 것(67.7%) 등의 기대가 큰 반면, 급여가 줄어들 것(80.0%), 실질적인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63.1%) 등의 우려도 조사됐다.

주 52시간 근무는 직장인들의 인식과 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시민들은 근로시간이 ‘길다’는 점과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시간 단축제도 시행 후 변화 분석의 경우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자기계발 증가와 소비확대가 나타났는데, 여유시간 증가에 따라 문화생활을 시작하거나 건강관리, 독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전년대비를 조사한 현대백화점 자료에 의하면,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이용객이 가장 많이 늘었고 서점과 스포츠용품, 식품 매출이 오르는 등 ‘나를 위한’ 시간과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비 변화. (인포그래픽=고용노동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비 변화. (인포그래픽=고용노동부)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기업들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환경 개선과 시간선택제 전환 등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출산 근로자들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 등 각종 지원 대책을 시행중이다.

또한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의 내년도 업무보고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안착을 위해 업종별 협회 등을 통한 자율적 개선 노력을 유도하면서 모범사례 발굴·확산을 지원하는 한편 일터 혁신 컨설팅 확대 및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도입과 함께 고용창출장려금을 347억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노동시간단축이 빠르게 안착되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그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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