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 사회공헌 ‘노하우플러스 사업’] ⑦ 수기(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

퇴직한 공무원들이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한 소방공무원이 학교안전지도관으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재난안전 교육을 한다. 또 퇴직한 경찰공무원은 어르신들의 교통안전컨설턴트로 은퇴 전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퇴직공무원 노하우플러스 사업’이 국민과 퇴직공무원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편집자 주)

1980년 혼란과 격동의 시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980년 12월 23일, 우리나라 최초로 신설된 해양오염 방제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는 설렘을 가슴에 담고 해양경찰청에 임용됐다. 이후, 제주·동해·통영·부산·태안 및 인천 등 우리나라 동·서·남해안의 바다에서 크고 작은 해양오염사고와 직접 몸으로 부딪쳐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

서기관 승진 이후부터는 해양경찰청 예방지도과장, 기동방제과장 및 방제기획과장 등을 거치고 해양경찰연구소장을 마지막으로 2014년 12월 31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공직에서 은퇴했다. 

퇴직이 햇수로 4년차가 되던 어느 따스한 봄날, 현직에 근무하는 후배들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해양경찰청에서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해안방제기술 컨설팅사업이 퇴직공무원 사회공헌 사업에 반영되었으니 참가자 선발에 대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연락을 받은 후, 응시자 심사서류 준비 및 면접심사를 거친 3월·4월은 참으로 전광석화같이 빨리 지나갔고 고대했던 5월, 드디어 퇴직 이후 제2의 보람된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시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자원봉사자 등 민·관·군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극복한 방제조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나라 방제체제는 해상과 해안을 구분해 해상은 해양경찰청장이, 해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제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방제에 대한 전문성 및 전담조직, 인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효과적인 해안방제조치를 기대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해양경찰청장이 방제에 사용되는 자재와 약제, 방제장비, 인력 및 기술 등을 지자체에 지원하도록 법령상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 따라 이번에 처음으로 해안방제기술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가 후배 해양경찰 공무원들과 업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가 후배 해양경찰 공무원들과 업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가 후배 해양경찰 공무원들과 업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컨설팅을 통해 해안방제 책임기관인 지자체의 해안방제 대비·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행됐다. 우선, 지자체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해안 방제방법, 방제작업자 안전관리 요령 등 전문적인 해안방제기술을 제공했다. 

또 해양오염사고 발생 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제조치에 필수적인 해안방제정보 지도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해안형태 조사, 방제 대상지역 분류, 해안형태별 방제방법 선택 등이 포함된 해양오염사고 대비 사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직접 해양오염사고 현장을 방문해 효과적인 방제방법의 제안, 방제장비 사용요령 등의 기술지원도 하고 있다.

실제로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이었던 지난 8월 6일,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예인선의 침몰로 선박에 실려 있던 기름이 유출되면서 항만 전체가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됐다. 당시 관할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나에게 현장지원을 요청하는 연락이 와 직접 사고현장에서 선박인양과 방제전략 및 방법, 작업시 안전관리 요령 등을 후배 공무원들과 협의하고 지도했다.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현직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는 후배들의 덕담이 결코 인사치례로만 들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재직 중 해양오염 방제분야만 전담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 일뿐 아니라 축적된 전문성과 다양한 해양오염사고 처리 경험은 그 자체로도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막상 퇴직을 하게 되자 34년간 축적된 공직경험 및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없어 무척 아쉬웠다.

퇴직공무원 사회공헌 사업에 신규사업으로 선정된 해안방제기술 컨설팅사업의 참가자로 선발됨에 따라 현직에 근무중인 후배와의 자연스러운 만남 등 가교역할과 함께 퇴직후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연착륙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34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 공무원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왼쪽).
34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 공무원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컨설턴트(왼쪽).

통상 해양오염사고는 불시에 다양한 상황으로 발생함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시에 사전 대비를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방제책임기관인 해양경찰청에서는 2011년부터 7년간에 걸쳐 예산 20여억 원을 투입,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전국 해안선의 해안형태 조사, 방제 대상지역 구획분할, 해안형태별 방제방법, 방제자원 현황, 권장 방제기술, 방제 종료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해안방제통합포털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변경된 관련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위험지역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합리적인 방제 대상지역 구획분할 및 방제방법 선정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장여건과 위험도 평가에 숙달된 우리 퇴직자가 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시스템의 완성도와 안정적인 운영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민간의 전문연구기관에 용역을 주지 않고도 필요시 수시로 현장조사와 컨설팅을 실시할 수 있게 되어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는 물론, 불시 발생하는 오염사고에 신속하고 과학적·합리적인 방제조치를 실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어장, 양식장 등 수산물 피해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예상한다.

오늘도 해안 위험지역 현장조사를 위해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현직 때 보다 몸도 마음도 젊어 보인다는 주위의 덕담에 미소지으며 더욱 더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한다. 앞으로도 퇴직공무원 사회공헌 사업이 좋은 제도로 정착되고 더욱 확대·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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