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91회]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도 그 만큼 많다는 말이다.

인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되니
성명이나 대강 적을 수 있으면 그만둠이 좋도다. 어찌하여 초서를 써 빠른 것을 자랑하여 펴보고 놀라 근심하게 만드는가.

나도 일찍이 좋아는 하였으나 매번 스스로 웃는 다네. 그대도 이 병이 있으니 어찌 고치겠는가. 이 속에 지극한 즐거움 있다고 스스로 말하여 기분이 좋은것이 유유자적함에 다름이 아니로다.

요즈음 지은 집을 취묵당이라 이름 하였으니 좋은 술 마셔 온갖 근심 사라지는 것과 같아 유자(柳子) 의 말이 허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노라.

병들면 흙이나 숯이 산해진미 같다는 것을
그대는 이 예술에 뛰어나다 할 수 있나니.
버린 붓 담장에 쌓은 것이 산처럼 많구나.
흥이 일어나 붓 한번 흰 종이에 휘두르면 준마가 잠깐 사이에 구주 천하를 밟고 지나간 것 같아.

나의 글씨 스스로 만들어 법도도 없어 마음대로 쓴 점과 획을 번거롭게 퇴고하고 다듬고 독자적인 견해를 엉터리로 논하고 글씨 하나 종이 한 조각 모두를 거두어 두는가.

사진출처 : 2011년 중국에서 상영된 영화 "종요"
사진출처 : 2011년 중국에서 상영된 영화 "종요"

종요(鐘鰩)와 장(張) 아무개에 못지않은 그대는 스스로 만족하지만 아래로는 나(羅) 아무개와 조(趙) 아무개 보다 내가 나으리니. 연못에 나가 애써 배울 필요는 없도다. 글씨 쓸 비단 모두 가져다가 이불 속에 채우리라.

人生識字憂患始 姓名麤記可以休
何用草書誇神速 開卷惝怳令人愁
我嘗好之每自笑 君有此病何能瘳
自言其中有至樂 適意不異逍遙遊

近者作堂名醉墨 如飮美酒消百憂
乃知柳子語不妄 病嗜土炭如珍羞
君於此藝亦云至 堆牆敗筆如山丘
興來一揮百紙盡 駿馬倏忽踏九州

我書意造本無法 點畫信手煩推求
胡爲議論獨見假 隻字片紙皆藏收
不減鍾張君自足 下方羅趙我亦優
不須臨池更苦學 完取絹素充衾裯

소식(蘇軾) 석창서취묵당(石蒼舒醉墨堂)
이 시의 첫 구인 ‘인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된다.’는 말에서 ‘식자우환’이 유래했다.

종요는 서예가이자 군사 전문가로, 조조(曹操) 가 원소(袁紹)와 관도(官渡) 전투를 치를 때, 서북의 군벌들을 설득하여 중립을 지키도록 만든 사람이다. 

‘연못에 나가 애써 배울 필요는 없다.’는 말은 왕희지(王羲之)가 연못에 붓을 씻어 가며 글씨를 연습했다는 사실을 그 전고로 하고 있다. (입목삼분(入木三分) 참조)

어떤 자료에서는 ‘식자우환’이 다음과 같이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을 얻기 전에는 서서(徐庶, 서원직(徐元直))가 군사(軍師)로 있었다. 조조는 서서가 효자라는 점과 서서의 어머니 위부인(衛夫人)이 위(魏)나라에 살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서서를 회유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위부인은 아들을 불러오려 하지 않았다. 조조는 모사 정욱(程昱)의 계책에 따라 위부인의 필체를 흉내 내어 급히 위나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서서에게 보냈다. 

편지를 본 서서는 어머니에게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위부인은 깜짝 놀라 까닭을 물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위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글자를 아는게 근심거리를 부르는 원인이 되는구나!(女子識字憂患.)”」

서서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연의의 제36회와 제37회에 나오는데, 서서가 돌아오자 어머니는 서서의 어리석음을 꾸짖고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만다. 

서서의 어머니가 ‘식자우환’이란 말을 했다는 사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사례
어떤 사람은 종말론에 관한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으로, 좀 큰 사건만 나면 종말론과 연결지어 걱정을 해 댄다. 정말, ‘식자우환’ 이라더니, 쓸데없는 것만 많이 알아서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든다.

오늘도 도움이 안되는 일에 식자우환 하지않는 따뜻하고 행복한 목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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