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72회]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 기회를 포착하여 세력을 확장시키거나,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BC658) 진(晉)나라의 대부 순식(荀息)이 (진헌공에게) 굴산(屈産)의 명마와 수극(垂棘)의 벽옥으로 우(虞) 나라의 길을 빌려 괵(虢)나라를 치자고 청했다. 

헌공이 말했다. “이는 우나라의 보물이오!” 순식이 대답했다. “우나라로 진격하는 길만 빌릴 수 있다 면 잠시 밖에있는 창고에 두는것과 같습니다!” 

헌공이 말했다. “우나라에는 충신 궁지기(宮之奇) 가 있소!” 순식이 대답했다. “궁지기는 위인이 겁약해서 강력하게 간하지 못합니다! 

또한 어려서 부터 우공(虞公)의 곁에서 자라 우공과 아주 친숙해 궁지기가 간한다고 해도 듣지 않을 겁니다!” 헌공은 순식을 우나라에 파견해 길을 빌려 달라고 했다.

순식이 우공에게 말했다. “기(冀)나라가 무도하여 우나라의 전령을 침략하더니 다시 명읍의 세 성문을 침략했습니다! 기나라가 이미 쇠퇴한 것은 공의 성덕 덕분입니다! 

지금 괵나라는 무도하게 보루를 수축하여 우리나라의 남쪽 변방을 침략했습니다! 그래서 길을 빌려 괵나라를 토벌하려고 합니다!” 우공은 이를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먼저 괵나라를 치기를 청했다. 

궁지기가 간했으나 우공은 듣지 않고 군사를 일으켰다. 여름, 진나라의 이극(里克)과 순식이 군대를 거느리고 우나라의 군대와 함께 괵나라를 쳐 하양(下陽)을 점령했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희공(僖公) 2년에 나오는데, 이것이 진나라가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 제1차 ‘가도멸괵’이다. ‘길을 빌려 괵나라를 쳐 완전히 멸망시킨’ 제2차 ‘가도멸괵’은 희공 5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진헌공이 재차 우나라에게서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려고 하자 궁지기가 간했다. “괵나라는 우나라의 보호벽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괵나라를 따르게 됩니다! 진나라의 야심을 조장 하면 안 되며, 외적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한 번 길을 빌려 준것도 심한데 또 빌려 주다니요! 

속담에 ‘광대뼈와 잇몸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했는데, 바로 괵과 우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 우공은 궁지기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자의(길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들어 주었다.

궁지기는 가족들을 거느리고 우나라를 떠나면서 말했다. “우나라는 이제 연말에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되겠구나! 이번에 우나라가 멸망하면 진나라 는 다시는 병사들을 보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겨울철의 12월 병자일, 진나라는 괵나라를 멸망 시켰다. 괵공은 경사(京師, 천자의 수도)로 피신해 진나라는 돌아오는 도중에 우나라에 주둔했다가 기회를타서 우나라를 습격해 멸망시키고 말았다. 

진나라군대는 우공과 대부 정백(井伯)을 사로잡고 그들을 진헌공의 딸 진목희(秦穆姬)가 시집가는데 노비로 삼았다. 하지만 우나라의 제사는 폐하지 않았고, 우나라의 공물은 주나라 왕실로 돌렸다.

이 이야기는 좌전 희공 5년에 나온다. 이처럼 희공 2년과 희공 5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진나라가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나라를 쳐 멸망시킨 사건에서 ‘가도멸괵’이 유래했다. 

원문의 ‘보거상의(輔車相依)’의 ‘보(輔)’는 수레의 덧방나무라는 뜻 외에도 광대뼈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거(車)’는 수레바퀴라는 뜻 외에 잇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는 것이 갖는 것의 요체’라고 한다. 주는데 싫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인간의 속성을 아는 누군가가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공여(供與)할 때에는, 결코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주는 것이 아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사기를 당하거나 발목이 잡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소한 욕심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례
명나라를 치겠다고 조선에게 길을 빌려 달라던 일본은 임진년인 1592년에 15만 8천의 군사를 동원하여 현해탄을 건너왔지만 정작 명나라 땅은 한 발짝도 디뎌보지 못하고 애꿎은 조선땅만 한 바탕 휘저은다음, 명나라와 강화를맺고 물러갔다. 

억지일망정 ‘가도’는 했으되 ‘멸괵’은 하지 못한 것이다. 싸움터 빌려주고, 그 싸움에 말려들어 코피 터지게 두들겨 맞고, 마지막 화해 때에는 싸움 당사자로 인정받지도 못하여 강화협약에 참석조차 못하는 한반도의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이도 모자라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우기고 있으니! 쯔쯔... 참 나쁜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나라사랑! 독도사랑! 하는 주말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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