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칼럼] 길 잃은 금융기업 구조조정(1)

IMF 위기는 달러의 부도사태였다. 금융과 기업이 달러를 꾸어다 펑펑 쓰고 갚을 날짜에 갚지 못한 사고였다. 앞으로의 위기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상실로부터 오는 악성적인 위기요 대량실업의 위기다. 국부를 창출하는 경제 주체는 세 가지다.

기업, 정부, 농어촌이다. 이들은 1달러를쓰면 1달러 미만을 내놓는다. 그래서 경제주체들이 빌린 돈이 1,000조를 넘는다. 빚으로 연명하는 것이다. 기업이 1달러를 쓰면 아마도 80전을 내놓을 것이다. 정부가 쓰면 아마도 20전을, 농어촌이 쓰면 30전이 된 곳이다.

청주공항에 700억, 평택항구에 3,000억이 들었지만 방치돼 있다. 새만금 시화호에 3조가 들었지만 역기능만 뿜어낸다. 1998년 1년간 연봉 8천만원 짜리 고위직이 1,000명이나 늘어나 집권당 식구들에게 배급됐다.

중앙정부가 경영하는 108개 공기업, 지방정부가 경영하는 297개 공기업에 경영을 모르는 집권당 식구들이 들어가 빚을 키우고 있다. 한전에서 지난 한 해에 추가시킨 빚이 5조란다. 주적된 빚이 50조 규모라고 한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2배로 올린단다.

대우 12개사를 우크아웃 기업으로 선정해 33조의 돈을 퍼부었지만 이들은 더 많은 자금을 퍼넣어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다. 기업의 경영 능력을 키우려는 것보다는 집권당 식구들에게 자리 나눠주는데 주력했다. 서울 지하철이 지난 해 유발시킨 빚이 1조 규모다. 들어오는 돈은 60원, 나가는 돈이 100원이다. 인력의 80%이상이 거품인데도 정리하지 못한다. 노어촌이 누적시킨 빚이 70조라 한다.

과거 정부들은 국채를 타부시 해왔다. 하지만 IMF는 현정부에 국채를 늘려도 좋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그걸 이용해 국채를 늘리고, 돈을 찍어내 230여조라는 뭉치돈을 마련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밑 빠진 독에 부어버렸다. 부실금융, 400여개의 부실기업, 600여개의 정부산하기관, 405개의 공기업에 퍼부었다.

공적자금이라는 맹물 통장을 만들어 금융기관들에 대주고, 그들을 국유화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쓴 400여개의 중견민간기업들도 국유화됐다. 자유경제 체제가 사회주의식 국영체제로 전환됐다. 사회주의적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코가 꿰어 빚쟁이로 전락해 있다.

돈이 안돌고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기업이 쓰러지고 대량실업사태가 닥칠 것이다. 당국은 항변한다. 거시경제 수치가 매우 좋다고! 230조의 대팻밥이 훨훨 타고 있는 불꽃에 현혹돼 있는 것이다. IMF 직전 사람들은 경제를 칭송했다. “이대로 가면 2003년까지, 2만 달러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빌려온 달러화 타는 것을 보고 내는 소리였다.

우리 눈앞에서 제2의 불꽃이 타고 있다. 후손들에게 지운 빚이 타고 있는 것이. 타고 나면 또 다른 대팻밥을 뿌려야 한다. 돈을 찍어낼 것이다. 채권도 더 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한계에 와 있다. 세금, 공공요금, 의료보험, 국민연금, 벌금 등을 무자비하게 올리면서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금융기관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수익 우선순위에 따라 자금을 배분해주는 심장이다. 진단과 경영능력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의 유실을 차단하는 현대적인 내부견제 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을 가동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돈이 유실된다.

은행에 진단 및 경영 능력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심장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돈을 떼이고 경영상의 이윤을 내지 못한다. 해마다 부실채권은 늘어난다. 그래서 공적자금만 기다린다.

금융기관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수익 우선순위에 따라 자금을 배분해주는 심장이다. 진단과 경영능력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의 유실을 차단하는 현대적인 내부견제 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을 가동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돈이 유실된다. 은행에 진단 및 경영 능력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심장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돈을 떼이고 경영상의 이윤을 내지 못한다. 해마다 부실채권은 늘어난다. 그래서 공적자금만 기다린다.

정부는 경영능력시스템의 현대화를 유도하지는 않고, 공적자금으로 부실채권을 청소해주고, 자기 사람들을 대거 기용해 앉혔다. 금융기관은 옛날부터 복마전이다. 전관이 금융기관을 휘어잡고, 현직 공무원들과 유착한다. 이를 끊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한 수 더 떴다.

한 수 더 뜬 이유에는 인사편중도 한 몫 한다. 그래서인지 호남편재 인사가 도마위에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극구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야권이 제기한 인사편중 통계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다. 숫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에게 아부하여 자리를 얻은 위성집단들이 자아내는 추태와 그로인해 발생하는 조직의 파괴적인 정서다.

IMF 이후 공적자금을 넣어 금융기관의 부실을 깨끗이 청소해줬다. 그 때 은행들은 모두 할린뱅크로 불렸다. 그런데 다시 돈을 떼어 더티뱅크가 됐다. 거기에 또 다시 공적자금을 털어 붓겠단다.

근본문제는 경영능력이다. 능력이 없는 자식에게 돈을 주면 더 망가진다. 지금 우리는 능력 없는 기업, 은행, 정부에게 계속해서 공적자금을 이웃집에 떡 돌리듯 가볍게 돌리고 있다. 집권당 식구들은 “이 때다!”하고 한 밑천 장만하겠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 알고 싶지 않은 게으른 국민, 바보 같은 국민들만 비참해진 것이다.

일단 망해야 분노를 표출한다. 그 분노의 화살은 차기 정권에 쏟아질 것이다. 머리가 모자라는 자식의 능력을 돈으로 길러줄 수 없듯이, 정부, 기업, 은행들의 부실한 경영능력을 공적자금으로 길러줄 수는 없다./박찬종 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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