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51회]    

삼국지/중국 드라마/조조/진궁
삼국지/중국 드라마/조조/진궁

상국 동탁
동탁은 왕 미인과 유협을 수레에 태우고 선두에서 대군을 이끌며 의기양양하게 낙양에 입성하였다. 성내에서는 원소가 십상시와 환관 일족을 다 죽이고 있었다. 동탁이 입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와 원소가 나가 보니 대군이 왕 미인과 진류왕을 모시고 낙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수는 낙양수비대의 4배나 되었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욕심 많은 돼지가 죽고 열 마리의 까마귀를 잡아 없앴나 했더니 이번에는 살쾡이가 나타났으니” 하고 조조가 불쾌한 얼굴로 말하자, 

원소도 “하진과 십상시가 사라지자 군과 정치가 모두 혼란에 빠져 버렸소! 동탁은 속이 검은 자요! 진류왕을 옹호하는 척하며 이 기회에 나라를 빼앗으려 할 것이 틀림없소!” 하고 걱정하였다.

동탁은 대군의 위세를 업고 문무백관을 모이게 한 후 옥좌에 유변을 앉히고 곁에 하 태후를 앉혔다. 그리고 왕 미인과 유협과 함께 신하의 자리에서 황제에게 아뢰었다. “지금 하진 장군이 죽고 십상시도 사라지고 나라가 매우 혼란합니다! 제게 대장군의 지위를 내려주시면 군을 다스려 바로 혼란을 가라 앉히겠습니다!”

황제 유변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어미인 하 태후만 바라보았다. 하 태후도 달리 방법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말했다. “그대를 대장군으로 삼겠소!” “그러면 대장군의 지위를 인수 받고자 합니다!” 동탁은 대장군의 지위를 얻자 사위 이유(李儒) 에게 미리 준비해 둔 글을 읽도록 하였다. 

“금상폐하는 선제의 유언을 무시하였다! 태자 유협을 즉위시키라는 유언이 허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위를 찬탈했으니 죄가 있다! 이것을 막은 동 태후, 동중을 죽인 죄 또한 크다!  따라서 대장군 동탁은 천명(天命)과 진류왕의 요청으로 황제를 폐하여 홍농왕(弘農王)으로 봉하고 진류왕을 황제로 하겠노라!”

이유가 다 읽고 나자 “불복하는 자는 지금 말하시오! 이 자리에서 군법에 따라 처치하겠소!” 하고 동탁이 눈을 부릅뜨니 모두 무서워서 한마디 말도 못하였다. 그때 원소가 소리쳤다.

“당신은 역적이오! 황건적 정벌에 실패하고 뻔뻔스럽게 뇌물로 서량 태수 지위를 산 걸 모르는 줄 아시오? 이 살쾡이 같은 자! 어디 죽이려면 죽여 봐라!” “이놈, 당장 죽이고 말겠다!” 동탁이 칼을 뽑는 시늉을 하자 이유가 말렸다. 명문가의 후손인 원소를 죽였다간 민심이 사나워질 뿐 아니라 궐기의 단초를 제공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탁 또한 명성과 직위에 약한 인물로, 일찍이 유비, 관우, 장비 세 의형제가 황건적 토벌의 공을 세웠을 때에도 관직이 없고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했던 전력이 있었다. 

그런 동탁이기에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원소 가문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동탁은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원소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천하대세는 이미 자신에게로 기울었음을 확신하고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문무백관들을, 내 말만 잘 들으면 두려워 할 것 없다는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유를 향해 새 황제를 어서 옥좌에 모시지 않고 뭐 하느냐고 꾸짖었다. 

이유가 좌우의 부하에게 명하자 부하들은 황제 유변을 옥좌에서 끌어내려 신하의 자리에 앉혔다. 이어서 이유는 하 태후의 옷을 벗기고 유변 앞으로 발로 차 앉게 하였다. 동탁은 진류왕을 옥좌에 앉히고 왕 미인을 황태후로 삼아 백관에게 축하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전 황제와 하 태후를 영안궁(永安官)에 가두고 사람의 출입을 금하였다. 젊은 황제는 4월에 등극하여 9월에 쫓겨난 셈이다. 동탁에 의해 새 황제가 된 진류왕 유협은 아홉 살 된 소년이었다. 그가 바로 헌제(獻帝)로 연호를 초평(初平)이라고 했다. 

동탁은 삼공보다도 높은 상국(相國)이 되어 황제의 어전에서도 무례한 행동을 일삼았다. 영안 궁에 갇힌 전 황제와 하 태후에게는 의복과 음식을 나날이 줄여가며 그들이 종일 울며지내게 하였다.

하 태후와 황제 유변 독살
태후가된 왕 미인이 어느날 동탁을 궁으로 불렀다. “돼지 백정의 여동생과 홍농왕이 살아있는 한은 마음놓고 잘수가 없어요. 그들을 죽여주세요!” “하지만 그런 짓을하면 신하의 면목이 서질 않습니다!” 동탁의 짐짓 예를갖춘 말에 왕 태후가 실소하였다. “나는 처음부터 그대를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거늘 어찌 내 말을 거역하오!”

“그래도 신하 된 도리가 아닌지라… 
차차 생각해 보겠소!” 동탁이 망설이자 왕 태후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대같은 변방의 장수가 대장군이 되고 상국까지 된게 도대체 누구 덕이오! 이제는 황제도 태후도 우습게 보이는 거요?”

궁에서 물러난 동탁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이에 연회를 열어 계집을 끼고 술을 마시며 마음에 안드는 자 하나를 지목해 그가 채찍에 맞아 죽는걸 보며 기분을 풀었다. 

동탁 눈에는 하 태후도 왕 태후도 한낱 계집일 따름이었다. 감히 그 누구도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었다. 죽이든 살리든 자기 마음이며 원한다면 살려 달라고 울면서 가랑이 밑을 기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동탁이기에 왕 태후가 뭐라고 지껄이든 한쪽 귀로 들으며 두 눈은 그녀의 굴곡진 몸을 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왕 태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하 태후와 전 황제를 죽일 기회가 제 발로 찾아왔다. 황제가 두 마리의 제비가 뜰에 날아든 것을 보고 지었다는 시 한 편이 동탁 손에 들어왔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푸르른 풀 연기처럼 자욱하고 
나는 쌍제비 저리도 자유롭구나 

외줄기 파란 강물 흐르는데 
들판의 사람들 부럽기 그지없네 

멀리 푸른 하늘 구름 떠가는 곳 
거기가 나 살던 옛 궁전 아닐는지 

충의를 지킬 어느 뉘 있어 
한 맺힌 이 마음 풀어 줄까"

살려 두어 음식을 주고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해야 할 터인데 이토록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니! 동탁은 비위가 상했다. 이참에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결심했다. 전 황제라는 존재 자체가 원소를 비롯한 반동탁 세력들이 결집할 구심점을 제공하는 구실이 될 터였다.

동탁은 사위인 이유를 불러 전 황제가 다시는 시 따위를 짓지못하게 그 입을 영원히 봉하라고 명 하였다. 그리고 그 어미에게도 아들과 함께 죽을수 있는 영광을 주라고하였다. 전 황제와 하 태후를 죽이라고? 이유는 자칫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그 일을 꼭 제 손으로 해야하는지 원망스러웠으나 누구의 명령인데 감히 거역하겠나 싶었다. 

그리고 어쩜 장인이야 말로 조만간 황제가 되실 분 아닌가. 이참에 큰 공을 세워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유는 병사를 데리고 가 하 태후와 홍농왕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상국께서 베푸는 술입니다. 건강에 좋은 술이니 드시죠!”

공포에 사로잡힌 하 태후가 발악하듯 쏘아붙였다. “그렇게 좋은 술이라면 네가 먼저 마셔라!” 이유의 눈이 잔인하게 빛났다. “잔소리 말고 마시시오!” 이유는 하 태후의 목을 쥐고 입 안에 강제로 술을 흘려넣었다. 하 태후는 몸부림치다 피를 토하고 숨을 거두었다.

“너도 마셔라!” 폐위된 황제 유변은 울며 술을 마시고 죽고 말았다. 여섯 달을 황제로 있었기 때문에 후에 소제(少帝)라 불렸다. 

오늘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산뜻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내일은 동탁과 왕미인 마지막회 입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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