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42회]

여포를 이용해 동탁을 치려는 초선의 비책
"남자 가운데 남자다운 여포가 있고, 말 가운데 으뜸가는 적토마가 있다."

활통을 등에 메고 손에는 긴 창을 든 여포가 바람처럼 빠른 적토마를 타고 적진으로 쳐들어 가는 장쾌한 모습! 관운장과의 멋진 대결과 패수관에서의 여포의 활약에 대해, 환도한 장안에서 동탁에 안겨 들은 바 있는 초선은 때때로 여포를 생각하며 감회에 젖고는 하였다. 

반동탁연합군이 패수관에서 괴멸되고 조조의 반격군이 참패한 것은 오직 여포의 공적으로 봐야 했다. 희망의 싹이 짓뜯긴 곳의 상처가, 여포를 생각 할 때 마다 치유되어 가는 것을 초선은 느꼈다. 동탁의 무거운 몸 아래서도 초선은 여포를 생각하며 행복감을 맛보았다. 조조에 대한 연정과는 또 다른 연모였다. 

한마디 말도 주고받은 적 없건만 초선은 여포에 대한 그리움으로 온몸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성은 조조를 사랑하라고 하고 있었으나 본능은 여포를 추구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CCTV 삼국지 이미지
사진출처 : CCTV 삼국지 이미지

초선은 동탁의 허락을 받고 오랜만에 왕윤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즈음 왕윤은 동탁의 폭정에 하늘을 우러러 비통해 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동탁의 애첩이 된 초선이 잠시 다니러 오니 부녀의 정을 다시금 확인하며 작은 위안을 받고 있었다. 

하루는 모란정 근처에서 길게 탄식하는 기척이 있어 초선이 다가가 보니 의부 왕윤이었다. “아버님! 밤이 늦었사온데 어이 주무시지 않고 이리 나와 계시는지요! 무슨 근심이 있으신 게 옵니까?” 

왕윤은 과년한 딸 초선을 바라 보았다. 그녀의 나이 어느새 16세. 동탁 같은 돼지가 갖기엔 그 재주와 용모가 너무나 아까운 아이였다. 초선의 말을 듣고 왕윤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초선아! 네가 이렇게 나오는데 내 어찌 입을 다물고 있겠느냐! 이 나라의 운명이 어쩜 한 여인의 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나라의 운명이… 

이 말은 예전에도 들은 바가 있었다. 조조와 함께 동탁에게 가기 전의 일이었다. 초선은 다시 때가 온 것을 알았다. “우선 화각으로 가자!” 화각에 이르자 왕윤은 초선을 자리에 앉히고 갑자기 절을 했다. 초선이 깜짝 놀라 꿇어 앉았다.

“대감! 어찌 이러십니까!”
“초선아! 네 정녕 이 나라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긴다면 나를 도와 줄 수 있겠느냐?” 왕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초선도 그 눈물의 뜻을 아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씀드린바 이 몸 나라 일에 소용이 된다면 백 번, 만 번 죽어도 사양치 않겠습니다!”
“그래! 내 모두 말 하마! 알다시피 지금 백성들은 말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동탁이라는 놈이 호시탐탐 천자의 자리를 노리는 데도 조정의 문무백관은 그저 눈치만 보고 있구나!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잘 들어라! 동탁에게는 여포라는 양자가 있는데 둘다 보기드문 호색한이다! 

맞불을 놓아 산불 끄듯 연환지계(連環之計 : 고리 처럼 연결하는 계책이라는 뜻으로, 간첩을 적에게 보내어 계교를 꾸미게하고 그 사이에 적을 공격 하여 승리를 얻는것을 비유하는 말)를 쓴다면 희망이 없는것도 아니다! 우선 너를 여포에게 보여 주었다가 다시 동탁에게 돌려 보낼것이다! 무슨 뜻인줄 알겠느냐?”

“미련한 년이지만 어찌 대감의 뜻을 모르겠나이까! 걱정 마시고 제게 맡겨주세요! 제가 두 장수의 눈을 멀게 하여 거꾸로 세상을 밝히겠나이다!”

왕윤은 초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대견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했다. 왕윤은 탄식하며 속말을 했다. ‘내 이러려고 너를 키운게 아니건만 난세가 너를 요구 하는구나. 네가 두 사람 사이를 이간하여 여포의 손으로 동탁을 죽이게만 한다면 그날로 천하가 바로잡힐 것이다!’ 

“의부님! 그럼 이제 여포를 부르세요!”
“알겠다! 하지만 그는 여간 난폭한 자가 아니다! 조심해야 할 거야!” “그만큼 단순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맡겨두세요!” 

동탁에게 그토록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총명한 초선의 눈동자를 보고 왕윤은 탄식과 함께 안도를 하였다. 왕윤은 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의부님! 기억나십니까? 우리가 여기서 나라를 위해 조조와 계획을 짠 것을요!” 

“오, 그랬지! 하나 조조가 먼저 칼을 뽑았고 그는 실패했다! 그 뒤로 나는 또 다시 너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까봐 두려웠다! 해서 그때 우리가 계획한 동탁을 암살하는 일은 잊기로 한 것이다!” 

“아니에요, 아버님!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일전에 여포를 보고 바로 계책이 떠올랐어요! 이참에 여포장군의 손으로 동탁을 없애 버리고 싶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그저 여포만 이리로 불러오시면 됩니다!” 

‘하지만 동탁의 양아들 여포가 과연 응할 것인가? 초선이 동탁의 애첩인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여포가 이를 무시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왕윤의 속을 꿰뚫어 본 듯 초선이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여포 나리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사모하는 사람의 손을 통해 짐승에게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니 동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의 뜻대로 되도록 제가 일을 꾸미겠습니다!” 

‘뭐라고? 여포를 사모한다고? 어허 여자의 마음은 어찌 이리도 알 수가 없는가!’ 왕윤은 탄식을 하였다. “묻겠다! 조조에 대한 그리움은 없느냐!” “그는 옛 남자일 뿐입니다! 개의치 마시어요!” 

왕윤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여포의 어떤 매력이 초선을 사로 잡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탁 보다는 인간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인이 사나이에게 미쳤는데 더 이상 무슨 도리가 있겠나. 초선의 너무나 확고한 결심과 애원하는 눈동자를 보고 왕윤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쩜 진짜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지만 나라의 운명보다 더 중히 여길수 없지. 내가 어리석었어! 동탁에게 밀서 따위를 보내 조조가 그를 죽일수 있는 천우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하다니...

아! 나야말로 사소한 부녀의 정 때문에 나라를 망치고 있는 소인배구나!’ 심한 자책 속에서 왕윤은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운과 나라의 운명을 제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어린 한 여인을 이용한 계략!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오늘도 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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