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38회]

삼국지에 나오는 여성들 중 가장 유명한 여성은 아마도 초선(貂蟬)일 것이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전국구 스타인데, 그 유명세는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로 꼽히는 그 빼어난 미모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달도 부끄러워 숨었다는 폐월(閉月)의 미모 속에 감춰진 지략과 담대함, 그리고 혼탁한 나라를 구하고자 한 간절함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음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왕미인(王美人)이 동탁(董卓)을 끌어들여 가뜩이나 혼란한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면 초선은 독재자 동탁을 죽여 새 왕조의 시대를 앞당기는데 초석을 놓은 여인이었다. 

그녀가 동탁 앞에서 춤을 추었을 때의 모습을 후세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춤추는 미인은 본래 소양궁 궁녀로다. 그 모습 놀란 기러기 처럼 날씬하고 동정호 봄 물 따라 나르는 듯하다. 양주곡에 맞춰 경쾌하게 춤추니 또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나뭇가지 같도다." 

너무도 짧았던 조조(曹操)와의 첫사랑, 포악한 동탁의 애첩으로 보낸 서글픈 나날, 단번에 매혹된 여포(呂布)와의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다시 조조에게 되돌아간 기구한 운명의 여인 초선!

그녀는 나라를 위해 동탁을 제거한 구국의 성녀이며, 또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한 지극히 여성 스러운 인간이었다. 그녀의 그러한 운명이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격정에 차오르게 한다. 

어린 시절의 초선
동탁은 권력을 잡은 후 한없이 교만하고 방자해 졌다. 장안성에서 250여 리 떨어진 곳에 별궁을 짓고, 25만 명을 혹사시켜 장안성과 다름없는 높은 벽을 세우고는 거기에 20년 이상 먹을 곡식을 쌓아 두었다. 

황금, 보물, 비단이 산더미에다 각지에서 잡아들인 미녀만 1.000여 명이었다. 그뿐 아니다. 북지군(北地郡)에서 투항해 온 포로들의 수족을 자르고 눈 알을 후벼내고 혀를 뽑고 큰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만행을 태연히 저지르고는 마냥 즐거워 하였다. 

포로들의 비명은 천지에 퍼졌고 백관들은 공포심에 오그라들기만 하였다. 그동안 동탁에게 협조해 온 사도 왕윤(王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나라는 이르렀다. 왕윤에게는 양녀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초선이다.

황건의 난이 일어났을 때 초선의 양친은 황건적에게 살해되었다. 그녀는 당시 여덟 살로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다 황건적이 어린 나이에도 미모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고 잡아서 노예로 비싸게 팔아 먹었다. 

천만다행으로 그녀를 산 자는 당시 예주의 자사(刺史)로 황건적을 물리쳐 그 명성이 궁중에도 알려진 왕윤이었다. 노예로 끌려가는 그녀의 모습이 하도 처량하고, 처량한 것 이상으로 예뻐 돈을 아끼지 않고 그녀를 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얘야! 이제는 아무 걱정 마라! 여기가 너의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지내렴!” 상가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란 그녀였지만 모든 것이 낯선데다 두렵기만 해 벌벌 떨며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왕윤은 아이가 너무도 가여웠다.

“오늘부터 너는 나의 딸이다! 내가 너를 잘 길러서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야!” 왕윤은 소녀의 낡고 누덕누덕한 옷을 벗기고 물을 데워 목욕시켰다. 부끄러워하며 몸을 움츠리는 그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왕윤(사진출처 : CCTV 삼국지 드라마)
왕윤(사진출처 : CCTV 삼국지 드라마)

왕윤은 이 소녀에게 특별히 매혹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목이 길고 얼굴이 작고 또한 눈동자에 빛이 있어 매우 영리해 보였다. 

코에서 턱으로 예쁘고 균형 있게 갈라져 뻗은 법령, 그 안에서 평행으로 길게 뻗친 인중, 발그레한 뺨과 입이 멋진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말을 할 때 마다 목소리가 방울소리 처럼 울리니 귀엽기 그지 없었다. 밤마다 그녀는 왕윤의 팔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었고 그는 그 천진무구한 모습을 보며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후에 동탁을 매혹하고 여포를 꾀어 동탁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기 8년 전의 일이다.

황건의 난이 수습되자 왕윤은 투옥되었다. 왕윤이 황건적과 내통했다고 환관이 모함한 때문이었다. 왕윤은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황건의 난 때 공을 세운 이들의 탄원으로 목숨만은 건졌다. 

왕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오자 초선은 기뻐하며 그의 가슴에 뛰어들었다. 밤새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얘야! 고맙다!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 나는 너하고 평생을 같이 할 것이야!” 이처럼 두 사람은 아버지와 딸의 정으로 얽혀 서로를 보듬었다. (민희식 전서울대교수글 발췌 1~4회)

오늘은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한로' 입니다. 기후는 쌀쌀해지지만 힘찬 월요일을 맞이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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