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28회]

* 볏짚 병사로 현혹 화살 수거
* 무중생유, 거짓에 혼을 실은 ‘신의 한수’ 

당나라 현종 때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 군이 옹구성을 포위했다. 관군에서는 장순이라는 장군이 10배가 넘는 반란군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안의 물자가 떨어졌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화살의 부족이었다. 이젠 항복하거나 맨몸으로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다. 장순이 계책을 세운다. 그는 볏짚으로 1.000개의 인형을 만들게 했다. 인형에 병사들의 검은 옷을 입힌 후 인형의 어깨에 새끼줄을 묶었다. 밤이되자 인형을 성벽에 내려뜨렸다. 

끈을 조작해 마치 병사들이 성벽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를 본 반란군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댔다. 그리고 새벽녘에 다 성안으로 거두어 들였다. 볏짚 인형에 박혀 있는 화살을 모았더니 수만 개나 됐다. 

공짜 화살로 적 공격 방어 
계략으로 공짜로 얻은 화살로 반란군의 공격을 막는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장순이 사용한 전략이 무중생유(無中生有)다. 36계 중에 나오는 것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 적의 실책을 유도하는 계책이다. 무경십서에서는 ‘허실을 뒤섞어 적을 현혹하는 계략’이라고 한다. 

공짜로 화살을 빌리는 전략은 삼국지에도 나온다. 오나라의 주유는 제갈공명의 뛰어남을 시샘한다. 그를 죽이지 않고는 오나라가 편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는 계략을 짜낸다.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화살인데 화살 10만 개를 열흘 안에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못 만들면 죽이겠다는 거다. 공명은 사흘 안에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노숙에게 부탁한다.

“내게 배 스무 척을 빌려주시고 배에는 병사 서른 명씩 배치해 주십시오! 배의 돛은 모두 푸른색으로 마련해 주시고 풀단 1.000개를 각각 배 양편에 세워 주십시오!” 

제갈공명도 같은 전략 
사흘째 되는 날 밤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새벽 4시쯤 배들을 끌고 조조의 진영으로 갔다. 그런 다음 병사들에게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게 해 기습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북소리와 함성소리에 쫓아 나온 조조는 “저들이 안개 속에 매복해 우리가 쫓아 나와 싸우도록 하려는 것이다! 움직이지 말고 궁노수들을 전원 동원하라! 일제히 활을 쏘아 우리 수채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조조의 궁노수는 1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강변에서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엄청난 화살을 쏘아댔다. 아침이 되면서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오나라의 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조그만 배마다 풀단이 있는데 풀단마다 화살이 빼곡히 꽂혀 있는 것이다. “조 승상! 고맙소! 내~ 화살을 잘 쓰리다!” 그리고는 오나라 진영으로 빠르게 내뺀다. 

노숙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사흘째 되는 날에 이렇게 짙은 안개가 낄 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정말 제갈공명은 하늘을 부리는 자란 말인가? 노숙이 공명에게 한 수 접히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이때 부터다. 

허구·진실 혼합적 교란 
‘병경백편(兵鏡百篇)’에는 ‘자신의 힘, 수단, 금전, 물자가 부족하면 상대의 것을 빌리라’는 말이있다. 

제갈공명이 안개를 이용해 화살을 얻은 것은 빌려 쓰기의 대표적인 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이 캐치하지 못 할 만큼 교묘한 술책으로 빌리는데 있다. 빌려쓰고 돌려주는 개념의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략이 성공하면 적의 전력은 약해진다. 반면에 아군은 엄청난 전력 상승이 이루어진다. 이런 계략이 성공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다. 
사람의 속성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아는 것만 내세우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지각’이라고 말한다. 

계략으로 허구와 진실을 혼합해 보여주면 적이 헷갈린다. 결국 상대편이 스스로를 속이는 감정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요인을 이용한 전략이 '무중생유'라 할 수 있다. 

제갈공명의 안개를 이용한 화살 빌리기 전략, 즉 무중생유의 전략은 적의 무기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무중생유의 업그레이드 
공짜로 수만 개의 화살을 얻은 당나라의 장순은 여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사흘째 되는 밤이었다. 

장순은 진짜 병사 두 사람에게 검은 옷을 입혀 성벽을 타고 내려가게 했다. 반란군은 또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화살을 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밤에는 500여 명의 진짜 병사가 검은 옷을 입고 성벽을 내려갔다. 반란군은 그때도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쏘지 않았다. 다음 날 밤에 더 많은 관군이 성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 후 죽은 듯이 잠복했다. 

반란군이 인형을 수거하러 다가오자 갑자기 관군들이 일제히 총공격했다. 수많은 시체를 남기고 반란군은 도망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술은 처음에는 거짓을 보여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거짓을 진짜로 바꾸어 허를 찔렀다. ‘무중생유’! 최고의 전략이지 않습니까?

오늘도 명절을 행복하게 보내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무중생유' 하는 슬기로운 목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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