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22회]

조조☞후계경쟁 도입하고 시스템 물려줘
유비☞전문경영인 중용 2세때 선전(善戰)
‘守成 CEO’☞손권은 후계 문제로 망국(亡國) 불러

'삼국지'에서 ‘위대한 악인’으로 묘사된 조조(曹操) 는 실제로는 가장 모범적인 창업자다. 유비가 허영이 많고 학식이 부족한데 반해, 조조는 실질적이며 공부하는 제왕이었다. 게다가 새 왕조를 스스로 개창하지 않을 정도의 인내심도 가지고있었다. 

조조의 가문이 위나라를 건국해 가는 과정은 누가 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중앙정부와 황제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지고 빈번한 천도(遷都)에 음양오행의 기운이 성한 상태에서 조조와 조비(조조의 아들)는 사실상 ‘준비된 황제’였다. 

다만 조조는 자신이 천하의 주인이 되려고 하다 보니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따라서 충의지사 보다는 출세지향적인 인물들을 대거 등용 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정치 풍토는 지조보다는 공리를 중시하게 된다. 

창업 군주들은 예외없이 이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정신을 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구든 권력만 장악하면 황제가 될수 있는 환경이 되고만다. 그래서 건국 후 4~5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망하는 나라가 많다. 

이것은 중국 정치사에 나타나는 일종의 풍토병(風土病)이다. 거의 예외 없이 창업주의 2세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위기가 다가온다. 대체로 창업에 따른 논공행상, 2세와 구세대의 갈등이 원인일 것이다. 이 경우 중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다음에 후계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조조와 조비는 무난하게 권력을 승계한 것으로 보인다. 후계를 결정하는데 조조는 장남인 '비'와 3남인 '식'을 두고 심사숙고한다. 테스트도 수 차례 했던 모양이다. 

한 번은 조조가 전장에 나가는 길이었다. 조식은 좋은 문장으로 아버지에 대한 정을 표 했으나 '비'는 단지 눈물만 줄줄 흘릴 뿐 이었다. 

조조는 장남이 더 진실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문을 사랑했던 조조는 글 재주가 뛰어난 '식'을 매우 아꼈으나 결국 정치적 재능에서 뛰어난 '비'를 후계자로 간택한다. 

묘호: 태조(太祖) 시호: 대황제(大皇帝) 성씨: 손(孫) 휘: 권(權)  자: 중모(仲謀)
묘호: 태조(太祖) 시호: 대황제(大皇帝) 성씨: 손(孫) 휘: 권(權) 자: 중모(仲謀)

나관중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손권(孫權)은 ‘맹물’ 같은 인물로 묘사돼 부모를 잘만나 군주가 됐고, 받은 유산만 열심히 지켜서 보신하기 급급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손권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고생했으며, 성격이 급한 형님아래서 나름대로 마음고생도 한 사람이다.

어떻게보면 '삼국지'를 통틀어 인재를 가장 중시한 사람을 꼽으라면 손권이 될 것이다. 젊은날 손권의 인재사랑은 삼고초려와 비교 할수 없을 정도였다. 

예를들면, 여몽이 중병에걸려 자리에 눕자 손권은 많은 의원을 불러모아 여몽의 병세를 살피면서도 혹시라도 자신이 있는것을 알면 부담스러워 할까 봐 벽에 구멍을 뚫어 그를 살폈다고 한다. 

여몽이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면 크게 기뻐했고 그렇지 않을때는 장탄식을 하면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손권은 총명하고 어질고 지혜로우며, 호랑이처럼 천하를 보는 웅대함과 재략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젊은 날의 손권은 ‘성공시대’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의 승계와 관련해 손권은 최악의 CEO 였다. 그는 멀쩡한 태자를 죽이는 등 독단과 아집 으로 황실을 산산조각 내었고, 그 원인은 손권이 제위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50여 년을 제위에 있으면서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손녀 같은 여자 아이에 혹해 중신들의 고언을 무시 하고 황후(반황후)로 삼았고, 능력 있고 장성한 태자를 죽이더니 어린 황후의 소생인 아홉 살의 꼬마(손량)를 태자로 세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황후도 궁중의 암투 끝에 비명횡사하고 손권도 이내 생을 마감했다. 손량도 17세에 자살했다. 이로써 황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정국은 극도로 혼미하게 된다. 

절대 권력 일수록 권위가 떨어지면 회복이 불가능 하게 된다.(성군이었던 당나라 현종도 권좌에 오래 있다보니 정치에 싫증이 나던차에, 아들에게서 강탈한 양귀비에 혹 하면서부터 당나라는 쇠퇴의 길로 접어 들었다). 

이후 오나라는 권신들의 손에 국권이 넘어갔으며 피비린내가 극심한 암흑의 세월로 내몰리게 된다. 오나라의 혼란은 어느누구도 수습할 수 없었다. 

정사 '삼국지'를 쓴 진수(陳壽)는 “손권은 후계자 문제를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해 후손과 나라의 안전을 튼튼히 하는데 실패했다. 오나라가 얼마 안가 멸망한 것과 관련이 없다고 말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마련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욕망이 줄어들고 세상사에 초연해 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이기적이고 정신연령은 더욱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래도 만약 아무 탈 없이 오래 권좌에 있고 싶으면, 대범하게 권력을 나누어 합리적으로 통치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자중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 여야 정치인이 꼭 명심해야)

▶ 조조 → 조비 : 조조는 3남인 조식과 경쟁시킨 끝에 장남인 조비를 간택했다. 철저한 경쟁을 거쳐 간택된 조비에게 조조는 막강한 인재풀과 선진 국가경영 시스템을 물려줬다.

▶유비 → 유선 : 잠재적 경쟁자였던 유봉이 미리 제거되고 탁월한 ‘전문경영인’ 제갈량과 ‘공동경영’한 덕분에 유선은 상대적으로 약체인 '촉'을 물려받은 후에도 30년간 선전 할 수 있었다.

▶손권 → 손량 : 3세 경영인으로 수성에 성공한 ‘탁월한 후계자’였던 손권은 정작 후계 승계에 실패 했다는 평이다. 9세에 불과한 손량을 후계로 택 했으나 그가 자살하면서 오나라는 쇠락하고 만다.

모범적인 창업주인 '조조'와 인재를 중시한 '손권'의 권력승계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시고 알찬 금요일을 맞이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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