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421회]

조조☞후계경쟁 도입하고 시스템 물려줘
유비☞전문경영인 중용 2세때 선전(善戰)
‘守成 CEO’☞손권은 후계 문제로 망국(亡國) 불러

“삼국지에는 기업경영이 다 녹아 있다.” 기업의 CEO들은 살아있는 ‘현장 교과서’로 삼국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관중) 

'삼국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심하게 왜곡되고 
그 의미도 과대평가 돼 있다”며 ‘삼국지 비판’으로 유명한 김운회 교수 역시 “삼국지는 창업부터 성공, 수성까지 이르는 기업 세계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가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처절함 까지 더해 유비·조조·손권의 2세 승계를 분석했다. 

220년 '촉'의 성도(成都)에서는 죄인 신문이 있었다. 손권이 관우 부자를 죽이고 형주를 빼앗자, '촉'의 조정은 그 책임을 유비(劉備)의 수양아들인 유봉에게 덮어 씌웠다. 

유비의 양아들  유봉(게임 삼국지 이미지 캡처)
유비의 양아들 유봉(게임 삼국지 이미지 캡처)

유봉은 (유비의 친아들) "유선이 있는 한, 당신은 아마 살아남지 못 할 것입니다! 저와 함께 조조에게 투항 합시다!” 라는 맹달의 권유를 뿌리 치고 위군(魏軍)과 대적 했으나 패하고 돌아왔다. 

그때 제갈량은 유비에게 “용맹하고 강직한 인물인 유봉을 살려 두었다가는 태자께서 그를 감당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를 살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라고 충동질 했다. 

유비는 “너는 숙부를 구하지 않은 사람 같지 않은 놈이다! 당장 자결하라!”라고 해 결국 유봉은 죽고 말았다. 

유봉은 유비를 수행해 '촉'으로 들어가 익주를 평정하는데 큰 공을세운 사람이다. 관우를 구원 하지 않았다는것은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성품이 온유한 유선이 황제가 됐을 경우 감당하지 못 할 것을 우려해 유봉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의(義)삼촌’을 구하지 못 했다고 해서 아들을 죽인 이 기막힌 사건은 제갈량과 유비가 공모 했는데 ‘차질 없는 권력승계’가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비의 역할 모델(role model)은 한고조 유방이었다. 유방은 인재를 널리 포용한 이상적인 주군에서 토사구팽의 냉혹한 군주까지 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는 창업과 수성의 차이를 명쾌하게 파악한데 있다고 하지만 유방이 죽고 난 뒤 한나라는 국체가 흔들릴 정도로 혼란에 빠지게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면 유비가 죽고 난 뒤 '촉'은 제갈량을 중심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토사구팽과는 거리가 먼 유비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제갈량이 이끄는 '촉'이 마치 이상적인 국가라는 식으로 호도 할 필요는 없다. '촉'은 위나라에 비하면 일개의 주(州)에 불과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크면 그만큼 정치세력도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음성적인 조정작업이 불가피하다. 

쉽게말해서 청렴강직한 도지사는 있을 수 있겠지 만 청렴강직한 대통령은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비가 제갈량이라는 정치적 파트너를 만난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본질적으로 보면 두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제갈량은 실제로는 “도무지 이긴 전쟁이 없는” 군 지휘관으로서는 낙제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실질적인 군사 지휘는 유비의 몫 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훌륭한 지도력과 청렴한 성품 때문에 촉의 정치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 점에 있어서 유비의 권력승계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촉'의 안정을 유비-제갈량의 공(功) 만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요소로서 유연성과 시대를 보는 안목을 가진 유선의 능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흔히 유선을 혼군(昏君)의 대명사로 취급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유선은 제갈량 사후에도 무려 30여 년을 안정적으로 통치했다. 제갈량의 모든 정책을 재가하고 '촉'의 명신들인 사영(四英: 제갈량· 장완·비의·동윤)을 발탁한 것도 유선이었다. 

대개의 경우 권력승계 과정에서 아버지의 세대들을 숙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이나 유선은 오히려 그들의 장점을 취했습니다. 

만약 아버지 세대의 충신들이 충분한 역량을 가졌으면 무리하게 그들을 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유선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권력승계' 후속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주위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기분좋은 목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