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 高價정책 냉연재 低價 공생재로 공략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진통'

포스코가 국내 철강 가격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열연 가격이 하공정 제품인 냉연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가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인 열연은 고가(高價) 정책을, 시장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냉연은 저가(低價) 공략에 나선 결과로 업계는 해석한다. 냉연의 경우 공정생략재(이하 공생재)라는 B급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씨엠 등의 일반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생재는 생상공정의 일부를 생략해 원가를 낮춘 것으로, KS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제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포스코의 냉연 공생재 가격은 톤당 69만 원으로 조사됐다. 상공정 제품인 열연보다 되레 1만원 낮았다. 이에 비해 중국은 냉연이 열연보다 13만 원 높았고, 일본은 무려 25만 원이나 웃돌았다. 열연은 냉연을 만드는 소재로 쓰인다. 업계는 열연과 냉연 격차는 최소 10만원 이상을 적정으로 본다. 이 같은 왜곡 상황에서는 포스코에서 열연을 사서 냉연을 생산하는 냉연메이커(동국제강 동부제철)이 이익을 낼 수 없다. 실제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이 1.2%, 동부제철은 적자로 전환됐다.

이번 조사는 포스코 및 냉연단압과 대형 철강대리점 등에 자료를 의뢰해 한중일 3국을 나란히 놓고 상하공정(열연-냉연)간 가격 격차(스프레드)를 비교 분석했다.

한국 포스코산 유통거래가격/중국 상해 유통가격/일본 동경제철 고시가격 기준
한국 포스코산 유통거래가격/중국 상해 유통가격/일본 동경제철 고시가격 기준

추세를 볼 때 한국은 작년 상반기 10만 원이던 것이 하반기 5만 원에서 축소됐고 올해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중국과 일본은 격차가 확대됐다. 한국에서만 열연과 냉연 격차가 실종됐다. 이 같은 왜곡 현상은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는 포스코의 가격정책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포스코는 냉연 가격은 거의 제자리에 묶어 두면서도 열연 가격은 과도하게 높여 이익을 불렸다. 실제 포스코는 올 상반기 열연 제조원가는 평균 49만 원인 데 비해 판매 가격은 톤당 7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상반기 제조원가는 39만 원에서 올 상반기 49만 원으로 10만 원 상승한 데 비해 판매 가격은 43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27만 원이나 폭등했다. 포스코의 열연 이익률은 20%에 육박한 수준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중국은 제조원가와 판매가격 격차가 13만 원, 일본은 25만 원이었다. 한중일 3국 모두 열연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냉연이 저가로 묶여 있는 것이다.

냉연단압 관계자는 "현재의 왜곡 상황에서는 냉연단압이 생존할 수 없다"며 "포스코가 동국 동부에 공급하는 열연소재는 더 높게 올리면서도 냉연은 공생재라는 B급 제품으로 저가로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연제조원가 한중일 공통 SBB 자료기준/유통가격 포스코산 대응재(GS) 기준
열연제조원가 한중일 공통 SBB 자료기준/유통가격 포스코산 대응재(GS) 기준

냉연단압들은 올 여름철 포스코를 뒤로 하고 생존 차원에서 냉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포스코는 한 달 뒤에야 냉연을 인상했다. 동시에 냉연단압에 공급하는 열연소재 가격도 3만 원 인상했다. 포스코가 기준으로 삼는 중국 열연 가격도 하락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인상 명분은 없었다. 냉연단압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동부제철은 최소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도 적자 수준의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냉연도금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냉연사들이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펼 수는 없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열연 냉연 가격이 역전되면서 매월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내 유통 바닥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열연은 대응재, 냉연은 공생재가 선두에 서 있다”면서 “도입 취지는 저가 수입 대응이었으나 작년부터 단압메이커의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철강전문통신 스틸프라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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