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우리나라 보수 언론과 보수 인사들이 오바마의 미국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 사석(私席)에서 만나는 보수 신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오바마의 미국이 위험하다거나 하는 식(式)으로 칼럼을 쓰는 사람은 없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 교수나 폭스뉴스의 빌 오라일리(Bill O´Reilly) 같은 소신파는 없는 셈이다. 오히려 ‘오바마콘’이 뜬다거나, 세라 페일린이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식의 흥밋거리 기사를 쓰고 있다.

오바마에 대해서 그러하니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조지프 바이든이 과거에 어떤 입장이었나에 대한 기사도 찾아 볼 길이 없다. 신문이 그러하니 우리나라의 일반독자가 오바마의 진면목(眞面目)에 대해서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오늘 아침(11월 3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인호 칼럼도 그런 부류(部類)의 글이다. 이인호 교수는 오바마가 당선되는 것은 “미국의 이상(理想)이 살아 있는 증거”라고 썼다. 황당한 이야기이다. 이인호 교수가 오바마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나 하는 지, 그것이 궁금하다.

한나라당 의원 중 몇몇도 오바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들이 미국의 급진적 정치세력에 대해서 이렇게 너그러운 이유를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이 제대로 알지를 못해서 그러는 것일까 ? 아니면 또다시 대세(大勢)에 순응(順應)하는 것인가 ?

이번 미국 선거는 여러 면에서 1976년 선거와 닮았다. 베트남 전쟁 패배와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餘波)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별로 알려 지지도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도 대패(大敗)했다. 그러나 그 후의 사정은 우리가 다 아는 바이다. 카터의 실패는 그 후 레이건-부시로 이어지는 공화당 치세(治世) 12년을 열었던 것이다.

폭스뉴스의 빌 오라일리는 “미국의 유권자들은 공포(fear)에 몰려 무조건 새로운 사람(new guy)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수성향 칼럼니스트 조지 윌(George Will)은 “이번 선거에 진다고 해서 공화당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바마를 칭찬하는 한국의 ‘보수’가 진정한 ‘보수’인가?/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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