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판곡중 학부모 자원봉사 ‘행복한 꿈터’ 가보니

[조은뉴스=이일연 기자]   대한민국 정책포털 <공감코리아>와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 교육이 달라진다’라는 대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고교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정작 수혜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번 기획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12월 16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 있는 판곡중학교(교장 박영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교정을 빠져나가고 학교가 적막한 어둠에 쌓일 쯤, 불이 꺼져 있어야 할 학교 식당에 15여명의 학생들과 파란 조끼를 입은 여자 어른 5~6명이 다정스럽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대게찜에 돼지고기 양념볶음, 우엉조림, 오이절임, 김치 등으로 학교 급식치고는 거창하게 보였다. 이 학생들은 왜 집에 안가고 학교에서 저녁밥을 먹을까. 여자 어른들은 또 누구?

오후 6시, 이 학교 독서실이 문틈으로 환한 불빛을 내뿜었다. 아까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학생들이 각자 수학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이 시간쯤이면 집이나 학원에 있어야 하는데, 왜 학교에서?

“선생님, 이거 잘 모르겠는데요.” 한 학생의 질문에 파란 조끼의 여자 어른이 수학공식을 줄줄 외우며 풀이방법을 막힘없이 설명해 줬다. 학교 선생님인가?


이분들은 교사가 아니라 이 학교 학생들의 학부모. 50여명으로 구성된 학부모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들이 매일 5~6명씩 조를 짜, 맞벌이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집이나 학원에서 공부할 만한 환경이 안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꿈터(판곡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판곡중 ‘행복한 꿈터’…우린 한가족

이날 ‘개인별 맞춤식 수학 풀이’를 맡은 학부모 전미순 씨는 젊었을 때 개인교습을 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전 씨는 “모두 내 자식들이라는 마음으로 하니까 편한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아이들도 좋아한다”며 “처음에 공짜로 저녁 준다고 해서 왔던 아이들이 지금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꿈터’ 운영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340여 초·중·고를 대상으로 학부모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우리 아이 함께 키우는 운동’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 27명의 학부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50명으로 늘었고, 20여명의 어머니들이 참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학생들도 ‘나오라’고 사정을 해야 겨우 얼굴을 내비쳤지만, 지금은 ‘재밌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 학교 1학년 박화진 학생은 “학부모 선생님들은 자기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 자상하게 설명해 주시고 개별적으로 지도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과 반년도 안됐지만 효과는 꽤 크다. 우선 학원을 가지 않아도 성적이 올랐다는 것이다. 1학년 전혜린 양의 경우 70점대를 유지하던 수학점수가 이번 기말고사 때 100점을 맞았다.

학부모에게 배우니 학원 안가도 성적 쑥쑥

혜린 양은 “학원에서는 학교랑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여기서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어 좋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게 학원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행복한 꿈터’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높다. 요일별로 한국사 능력 대비반, 한자급수 대비반, 자기 주도 학습(수학풀이), 영어 단어정복, 테마별 체험학습 등이 진행되는데, 많게는 3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금요일은 특히 즐겁다. 영화감상도 하고 주먹밥도 만들었다.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한다.


동아리 회장 전영숙 어머니는 ‘행복한 꿈터’ 프로그램의 장점을 무엇보다 사교육비 절감이라고 들었다. “어느 학생 부모는 월소득이 175만원인데, 이 중 45만원을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원도 갈 필요가 없게 되고, 그 학생 어머니가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전영숙 어머니는 “내년부터는 학부모 1명이 학생 5~6명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학부모 담임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럴 경우 학부모들이 학교생활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되고 ‘학부모-교사간 연계’도 더욱 밀접해 질 것”고 말했다.

학부모참여 공교육…‘우리 아이들’ 인식 확산

이 같은 학부모들의 활동은 자신의 아이들만 잘 되기를 바라며 학교를 드나들고 성적 올리기에만 신경 쓰는 그런 치맛바람이 아니다. ‘내 아이’가 우선이라는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공동체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학교는 ‘옆 친구를 배려’하는 교육풍토가 확산돼 더욱 따뜻해진다.

정부가 내년부터 이 같은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나섰다. 바로 지난 11월9일 발표한 ‘학부모 정책’이다.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지만, 이를 발산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정부가 이러한 장을 마련해 교육의 3주체인 학부모들을 적극적으로 공교육에 끌어들여 ‘학생-학부모-교사’ 트라이앵글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박진상 학부모정책팀장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으나 실제 학교교육, 교육정책 등에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되찾아주고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학부모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전문여론조사기관의 ‘학부모 학교참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학교교육 개선을 위해 학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66.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참여분야로는 ‘수업 및 학교운영 모니터링’(35.1%), 자원봉사 활동(28.9%), ‘수업도우미나 방과후학교 강사’(22.2%) 순으로 조사돼 학부모들의 학교참여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정부가 학부모회 활동 적극 지원

추진방향에 따르면, 교과부는 우선 전국 모든 학교에 학부모회가 구성되도록 장려하고 학교별로 ‘학부모회 규약’을 만들어 학교 참여 활동, 자원봉사, 학교 교육 모니터링 등의 활동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학부모회 구성 장려를 위해 내년 초에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회를 대상으로 활동 계획서를 공모해 우수 학부모회 2000여곳을 선정한 뒤 500만원씩 총 100억원 가량을 지원한다.

특히 방과후 학생지도, 학생상담, 학교도서과 사서도우미, 등하교 안전지도 등과 같은 학부모 자원봉사 활동과 학부모교육, 학교교육 모니터링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학부모회의 임원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해 학교 운영에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게 하고 학교의 주요 계획을 수립할 때 학부모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학부모 교육정책 모니터단‘도 운영된다. 이를 위해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총 450명 규모의 학부모 모니터단에 대해 성과를 분석해 규모를 늘리기로 했으며 교사 수업 공개,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엄마품 멘토링, 교원평가제 등을 통해 학부모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도록 학부모 대상 교육도 강화된다.

입학사정관제 등 관심이 높은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농산어촌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예비 학부모 교실, 주말·야간 학부모 교실, 사이버 학부모 교실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부모 지원서비스도 강화된다. 교과부 및 각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학부모 섹션’을 마련해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각 학교가 자녀의 신상, 학습현황 등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도록 할 예정이다.

매 학기초 저녁 시간 등 학부모가 많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대를 골라 학교 설명회를 개최하고 담임교사와 학급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며, 학기별로 1~2주간 ‘학부모 상담 주간’을 운영하도록 했다.

학부모, 교사가 편리한 시간에 개인 상담을 하는 상담 예약제를 실시하고 내년 전국 20개 학교에 시범적으로 학부모 상담사를 배치, 학부모들의 고충을 전담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도 교육청별로 학부모 지원센터 및 학부모 콜센터를 설치해 궁금증, 민원을 손쉽게 해결해 주기로 했다.

교과부는 학부모 활동이 활성화되면 학교와 학부모간 밀접한 파트너십 형성으로 자녀들의 교육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돼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처 : 공감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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