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상담’ 내적 성찰을 통한 진로탐색

[조은뉴스=임시후 기자]   지금까지는 학업 경쟁력을 높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이라 생각해왔다는 대성여자고등학교(www.daesung. hs.kr/ 이하 대성여고) 김영호 교장은 최근 그 생각에 변화가 왔다.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증가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에 김 교장은 체계적인 진로교육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이라도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벗어나 매트와 방석 위에서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김 교장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산학원 제2대 이사장인 청우(靑牛) 최동운 이사장의 교육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찍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학문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꽃피우는 창조적인 여성’을 육성하고자 학교를 설립한 아버지인 우산(牛山) 최기영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덕과 지성미를 갖춘 바람직한 인격형성, 올바른 인성교육과 자아성장을 위한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보다 더 나은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일 아침 10분 명상, 1·2학년 명상 수업

대성여고는 호남지역 사학의 명문으로 지역사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교육열이 강하고 대학진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자칫 입시에 대한 부담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나타나 학생들이 지치거나 무기력해지기 쉽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에 대한 열의,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많지만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과 위안이 요구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열어가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성적에 맞춰 또는 대학의 이름을 보고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과 상관없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수나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무작정 선택하여 그 일이 내 적성과 맞지 않았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일생을 사는 경우도 많은데 모두 학창시절의 진로지도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교장. 그래서 대성여고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되찾아 주고, 교사들에게는 가르치는 보람과 기쁨을, 학부모들에게는 믿음과 만족을 주는 등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명상과 상담을 통한 행복지수 높이기’라는 비전을 가지고 특색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대성여고 전교생과 교사들은 매일 아침 10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1학년은 매주 한 시간씩 ‘신체활동을 통한 알아차림 명상’을, 2학년은 2주에 한 시간씩 ‘마음챙김 명상’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명상을 통한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환경에 이끌려 다니는 생활이 아닌,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되어 진로교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명상수업이라고 해서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는데 실제로 해 보니 정말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명상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집중력이 좋아져서 공부가 잘되고 다른 수업시간에 딴 생각을 덜하게 된다”, “명상수업을 한 뒤로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덜 졸게 된다”, “2주에 한 시간은 너무 짧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 시간씩은 했으면 좋겠다”, “3학년 때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편안하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다” 등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많은 학생들이 입시에 대한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하고 힘든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명상수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집중력과 자신감을 키워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입시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특색사업을 통해 바꿔가고 싶은 교육환경의 청사진이다”라고 말하는 김 교장은 특색사업이 대성여고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을 위한 연수 마련
대성여고는 그동안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계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대성여고가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명상’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어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김 교장은 굳게 믿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명상 연수기회를 늘려 명상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명상을 통한 심신의 안정과 평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힘겨운 일상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는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최동운 이사장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이 밖에도 2007년부터 학생 정신건강 검진사업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한편, 김 교장은 체육대회와 다양한 수련활동 외에도 현장 체험학습을 학급별로 계획하고 실행해 탐구하게 하고 1년에 하루씩 임의로 날을 선택해 ‘가족과 함께 하는 개인 체험학습의 날’을 갖게 하고 싶다고 전한다. 그는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생일이나 가족 기념일을 맞아 아빠나 엄마의 직장에서, 또는 문화유적지에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라며 타 학교와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대성여고가 전국고교생토론대회를 비롯해 전남대학교 BK21 철학교육사업단과 철학연구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청소년철학교실, 직업탐방, 대학탐방 등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교육을 펼쳐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체험 프로그램 역시 운영 가능한 일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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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장은, 지금은 故人이 된 고교은사 이수복 시인이 어느 날 칠판에 적은 ‘I would be true, for there are those who trust me. I would be pure, for there are those who care’(나는 진실하련다, 나를 신뢰하는 사람 때문에. 나는 순수하련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 때문에)라는 구절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 구절은 김 교장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만큼 “내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는 것을 학생들도 깨우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꼭 알게 해주고 싶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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